어쩌다 도박·무조건 당신 편

▲ 애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 쉬하오이 지음, 정세경 옮김.
대만의 심리학자이자 상담사인 저자가 엄마와 나누는 '교환 일기' 형식으로 가족과 겪는 갈등과 이를 회복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상담 환자에게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해 심란해진 어느 날, 저자는 제 마음 밑바닥에서 아직 자라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는 내면의 아이를 마주한다.

그리고 그 가여운 내면의 아이를 잘 키워 어른이 된 지금의 세상으로 데려오기로 마음먹고, 남아 있던 앙금을 털어내는 첫 단추로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

한때 상처받고 체념한 채 부모를 원망하던 딸은 진심을 다해 자기를 설명하겠다는 용기를 내고,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 노력한다.

저자도, 그 어머니도 잘못된 사람들은 아니다.

다만 먹고살기 바빴고, 상대의 마음을 살필 만큼 섬세하지 못해 나와 다른 상대를 자기 기준에서 판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날 때부터 어른이었을 리 없는 부모, 이래저래 미흡한 부모 아래서 예민한 아이는 마음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평탄치 못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꼬이고 감추며 굳어진 것들이 트라우마가 됐다는 사실도 이들을 알지 못했다.

편지가 쌓이면서 엄마와 딸은 서로를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두 사람은 자신이 알던 상대와 실제 상대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고 남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의 차이까지도 깨닫는다.

저자는 아이 적 경험에서 비롯된 내면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 채 덩치만 커진 어른들이 때로 결벽증이나 강박, 누군가를 억압하거나 집착하는 행동, 심지어 폭력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분석한 심리학자 멜라니 클라인의 이론을 틈날 때마다 원용한다.

그리고 표현하는 것이 모든 고통을 해결하는 근본 방법이라고 말한다.

학고재. 304쪽. 1만5천원.
[신간] 애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 어쩌다 도박 = 신영철·최삼욱·하주원 지음.
오랫동안 도박중독클리닉을 운영하며 도박중독 치료와 연구에 전념해온 저자들이 도박중독이 왜 생기며 얼마나 위험한지,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들려준다.

저자들에 따르면 도박은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뇌의 기능 장애다.

도박중독의 유형은 크게 '자극 추구형'과 '현실 도피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는 뇌의 자극을 조절하는 약물치료가 효과적이지만, 후자는 약물치료를 보조적 수단으로 삼고 우울, 불안, 불면증을 다스리며 관계의 문제를 다루는 등 정신치료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책은 주 1회, 8주간의 도박중독 치유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시간은 '도박 중독은 병'이라는 것과 자신이 그 병의 환자임을 인정하는 데 중점을 둔다.

두 번째 시간은 도박의 본질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든다.

'도박이 무서운 이유는 돈을 잃기 때문이 아니라 도박에 빠진 뇌는 작은 자극에 반응하지 않고 결국 일상의 행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도박에서 기술이나 운은 소용없다.

오래 앉아 있으면 무조건 진다', '주식도 도박화하면 중독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그다음으로는 도박을 끊어야 하는 이유, 고위험 상황을 피하는 방법, 재발 시 대처, 도박하지 않는 시간 관리하기, 가족들이 중독자를 돕는 방법 등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마지막 시간에는 그간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시 짚어본다, '자신을 시험하지 말라', '스트레스를 다스려라' , '치유와 회복은 도박을 끊는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도박으로 파괴된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과정'과 같은 내용으로 요약된다.

저자들은 도박중독 치료는 90%가 아닌 100%를 목표로 해야 하며 여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의 말미에 도박중독 치료 매뉴얼을 실었다.

블루페가수스. 332쪽. 1만5천원.
[신간] 애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 무조건 당신 편 = 한창수 지음.
정신 건강 전문의가 울분이나 분노, 무력감, 불안감, 슬픔 등으로 힘들어하는 내담자들의 사례를 들려준다.

너무 억울하고 화나는 일을 반복적으로 겪었을 때, 가해자에게 복수하고 싶지만, 도리가 없어 분통 터질 때 느끼는 것이 바로 울분이다.

울분은 '갑질'이 만연한 사회에서 우리를 병들게 하는 가장 심각한 감정 가운데 하나로, 내부적으로 터지면 우울증이나 자신을 해치는 행동, 외부적으로 터지면 누군가를 해치는 행동으로 표출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하다.

독일의 정신의학 교수 마이클 린든은 이를 '울분 장애'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책에 등장하는 상담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반복되는 고객들의 갑질로 분노와 소화불량을 달고 살게 된 대형 쇼핑센터 서비스 직원, 직장 상사의 질책에 스트레스를 받다 언제부터인가 울컥해 주변에 막 화를 내기 시작해 자신이 분노조절 장애가 아닌지 걱정하는 40대 회사원, 여자 친구가 갑자기 연락을 끊은 후 온갖 생각에 시달리다 어느 날 만사가 귀찮아져 출근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자기 몸을 해친 청년 등이다.

저자는 "넘어진 뒤 일어설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 사람, 다리가 풀려 도저히 일어설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왜 넘어진거냐, 무슨 힘이 그리 없느냐, 이제부터 안 넘어지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보다는 그저 묵묵히 손 내밀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고"고 썼다.

RHK. 256쪽. 1만5천원.
[신간] 애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