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청양군의회 비례대표 의원 사직…후순위 후보 승계
시민단체 "지방자치 후퇴…중앙 정치 예속 증거"
충남 일부 기초의회서 비례대표 '임기 나눠먹기' 성행
충남 일부 기초의회에서 비례대표 의원 임기를 2년씩 쪼갠 뒤 2명이 나눠 갖는 이른바 '임기 나눠먹기'가 성행하고 있다.

일부 군의회에서는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한 뒤 후순위 후보가 임기를 이어받았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현직 의원과 의원직을 물려받기로 한 인사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27일 청양군의회에 따르면 미래통합당 소속 비례대표 김옥희 의원은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여러 사안을 매듭짓기 위해 7월 임시회에 임했고 이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약속을 지킬 것이고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남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잔여 임기 2년은 통합당 비례대표 후순위인 한미숙 씨가 이어받게 됐다.

앞서 부여군의회 통합당 김상희 의원도 지난달 30일 사직서를 내 박순화 씨가 의원직을 승계했다.

김 의원은 "첫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군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냐는 생각에 의원직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공주시의회 통합당 정종순 의원은 후순위 후보와 2년씩 임기를 나누기로 한 합의서를 공개한 뒤 잔여 임기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충남 일부 기초의회서 비례대표 '임기 나눠먹기' 성행
지역 정가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비례대표 임기 나누기 서약서가 실제로 존재한 것이다.

정 의원은 "정치적 욕심이 있다면 조용히 떠나는 게 유리하다"며 "무엇이 옳은 일인지 고민한 결과 정해진 임기 내에서 시의원 역할을 수행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나같이 '약속'을 강조하고 있다.

4년 임기의 지방의원 자리를 놓고 전반기 2년은 자신이, 후반기 2년은 다른 인물이 하기로 약속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약속은 '자신들만의 거래'일뿐 유권자와의 약속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임기를 규정한 지방자치법을 스스로 짓밟고 직능 대표인 전문가를 뽑는다는 비례대표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중앙 정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에 깊숙이 개입한 증거라는 설명이다.

임기 나눠먹기로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하거나 사퇴 거부로 갈등을 빚는 지역은 통합당 정진석 의원의 지역구인 공주·부여·청양으로, 지역 정가에서는 정 의원의 영향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종순 공주시의원이 공개한 임기 나누기 서약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임기 나눠먹기가 실제로 존재한 것도 놀라운데 서약서까지 썼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의회가 중앙 정치에 예속돼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왜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하고 다른 사람이 의원직을 승계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유권자와의 약속을 저버린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