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총영사관 폐쇄 조치를 내리면서 양국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외교적 갈등을 넘어 군사적 긴장감까지 높아지는 양상이다.

미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지난 24일 폐쇄됐다. 영사관 입구에 걸려 있던 오성홍기는 내려졌고, 중국 정부의 공식 인장과 간판도 철거됐다. 영사관 직원들은 미국 측이 제시한 퇴거 기한인 이날 오후 4시께 모두 건물을 빠져나갔다. 이후 미 국무부는 관사 뒷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건물을 접수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라도 중국의 국가 재산인 총영사관 관사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며 즉각 반발했다.

중국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도 25일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 미국에 대한 맞불 조치로 중국이 공관 폐쇄를 통보한 지 하루 만이다. 미국은 중국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공산당이 ‘눈에는 눈’ 식의 보복에 대응하기보다는 해로운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는 미국의 지식재산권과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점도 다시 강조했다. 미 정부는 중국 총영사관을 ‘중국 스파이 활동의 중심지’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미 법무부는 24일 샌프란시스코 중국 영사관에 숨어 있던 중국인 군사연구원 탕주안을 체포했다. UC데이비스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탕은 미국에 비자를 신청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 복무 경력과 중국공산당 연루 사실을 부인한 혐의로 기소됐다.

양국 갈등은 외교적인 호칭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 고위 관리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주석(President)’이 아니라 ‘(중국공산당) 총서기(General Secretary)’로 바꿔 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중국공산당을 이끄는 권위주의 체제의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군사적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SCMP는 남중국해를 놓고 중국과 갈등을 벌이는 미국이 최근 남중국해와 중국 해안 정찰비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들어 셋째주까지 미 군용기가 남중국해를 비행한 횟수는 50차례에 달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근해에서 25일부터 열흘간 실탄훈련을 하고 있다.

스티브 창 영국 런던대 교수는 “올해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미·중 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