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 전기승용차 보조금의 43.0%가 미국의 테슬라 차량에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테슬라 차량 구매자가 받은 보조금은 900억원에 달한다. 전기버스 보조금 중 34.9%는 중국산 브랜드를 위해 쓰였다. 업계에서는 국내 산업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월 전기승용차에 약 2093억원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아간 브랜드는 테슬라였고, 현대자동차(30.8%)와 기아자동차(14.6%)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한국GM(14.6%), 르노삼성자동차(2.4%), 닛산(1.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들은 올해 신형 전기차를 내놓지 않았고, 테슬라는 모델3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다”며 “테슬라가 전기승용차 시장의 43.3%를 차지하면서 보조금도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1% 줄었고, 수입차는 564.1% 늘었다. 증가분 대부분은 테슬라 모델이었다. 상반기 테슬라 판매량은 7080대에 달했다.
전기버스에 지급된 보조금도 상당 부분 중국산 브랜드에 돌아갔다. 상반기 국고 보조금으로 투입된 169억원 중 34.9%인 59억원을 중국산 브랜드가 받았다. 현대차 전기버스가 받은 보조금(49억원)보다 많다. 승용차, 트럭, 버스 등을 전부 더한 올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2만2267대였다. 전년 동기 대비 23.0% 늘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 생산기지를 두지 않고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들이 보조금 혜택을 지나치게 많이 누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테슬라를 노골적으로 차별한 중국은 물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도 자국 업체에 유리하도록 보조금 제도를 변경했다는 점에서다.
프랑스는 지난 5월 푸조시트로엥(PSA) 차량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독일은 보조금을 확대하면서 혜택의 대부분을 폭스바겐 등 자국 브랜드 차량에 돌아가도록 설계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전기차 판매량은 차량 성능뿐만 아니라 보조금 정책에도 크게 좌우된다”며 “보조금이 국민의 세금인 만큼 우리도 국내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