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낙연·김부겸·박주민 후보(왼쪽부터)가 26일 강원 춘천 세종호텔에서 열린 강원도당 합동연설회에서 당원과 당직자들에게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낙연·김부겸·박주민 후보(왼쪽부터)가 26일 강원 춘천 세종호텔에서 열린 강원도당 합동연설회에서 당원과 당직자들에게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8·29 전당대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26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민주당 강원도당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로 출마한 이낙연 후보는 ‘국난 극복’을, 김부겸 후보는 ‘임기 완수’를, 박주민 후보는 ‘소통’을 각각 장점으로 내세우며 표심을 공략했다.

박주민 “코로나19 청사진 그리겠다”

이날 가장 먼저 정견 발표를 한 박 후보는 “사회적 대화의 장을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전환시대의 청사진을 그리겠다”며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서 답을 찾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정당에 젊음은 약점이 되지 않는다”며 “두려움 없이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현재 한국은 위기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비롯해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 등으로 위기에 대응했던 경험을 살릴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7개월짜리 당대표에 대한 공격을 의식한 듯 “너무도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짧은 임기임에도)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전날 제주에 이어 강원에서도 이 후보에 대한 저격을 이어갔다. 그는 “4월 보궐선거, 내후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 민주당의 명운을 가를 정치 현안이 있는데 7개월 만에 그만둔다고 하면 되겠느냐”며 “임기 2년을 채우고 이번 재보선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친문 표심 관전 포인트

친문(친문재인) 적통 당대표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가운데 당 안팎에서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 변수는 친문의 표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장기간 국무총리를 지낸 이 후보가 친문들의 지지를 받기 유리한 구도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낙연 대세론’도 친문 지지층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이번에도 친문 진영에서 이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민주당의 대선 경선에서 문 대통령과 치열하게 경쟁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차기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점도 이 후보에게는 호재라는 분석이다. 친문 진영에서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이 후보의 당권 획득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초기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냈지만 이 후보보다는 친문 지지가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 후보의 독주체제에 대한 친문 내 견제 심리가 작동할 경우 김 후보에게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내년 3월 전당대회를 한 차례 더 치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경우 친문 세력이 김 후보 쪽으로 기울 수 있다.

젊은 친문 지지층을 확보한 박 후보가 당권 레이스의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2018년 최고위원 경선에서 예상을 깨고 1위를 차지하며 친문 권리당원들의 지지기반을 확인했던 만큼, 이번에도 다른 두 후보의 지지를 잠식하며 일정 부분 득표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친문 후보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친문의 조직적 움직임은 전당대회 막판까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합동연설회에서는 당대표 후보에 이어 신동근 의원, 염태영 수원시장, 양향자 한병도 소병훈 노웅래 이원욱 김종민 의원 등(기호순) 최고위원 후보 8명도 정견 발표를 했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다음달 22일 서울·인천까지 전국을 돌며 대의원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