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 신화' 강우현 지원군 합세…축제·콘텐츠 무장

1980년대까지 '젊은이들의 해방구'로 불렸던 강원 춘천시 강촌이 제2의 전성기를 도모하며 화려한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해방구 '강촌'…주민들 힘 모아 전성기 부활 꿈틀
춘천의 대표 관광지이자 수도권 젊은이들 MT 명소였던 강촌은 2010년 말 경춘선 전철 개통으로 방문객이 급감했다.

경춘선 전철은 도시를 수도권과 가깝게 만들었지만, 기차 낭만이 덜하고 강변을 끼고 있던 강촌역사의 이전 영향이 컸다.

10여년 전부터 음식점, 펜션 등 마을 상경기는 위축될 대로 위축됐다.

심각한 위기의식은 주민들을 뭉치게 했고 '춘천 관광 1번지' 명성을 되찾으려는 열정은 자발적인 강촌살리기에 나서게 했다.

젊은이들의 해방구 '강촌'…주민들 힘 모아 전성기 부활 꿈틀
◇ 경춘선 완행열차 타고 7080세대 집결…여름철이면 거대한 '텐트촌'
46년 전 강촌으로 이사 온 강촌1리 주민 강윤심(68)씨는 번성했던 그때가 너무나 그립다.

송어 횟집으로 나름 유명했던 음식점을 운영했다.

강씨는 "여름철이면 강변을 따라 들어선 텐트로 빈자리가 없어 하수구 앞까지 자리가 채워졌다"며 " IMF 시절에도 무탈하게 지났던 곳인데 경춘선 전철에 이어 레일바이크가 한쪽 방향으로만 운영된 이후 손님이 급격하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젊은이들의 해방구 '강촌'…주민들 힘 모아 전성기 부활 꿈틀
40년 넘게 운영하던 횟집이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게 되자 강씨는 지난 2월 결국 문을 닫았다.

강씨의 기억처럼 북한강 변 작은 마을 강촌은 1970년과 1980년대 낭만의 청춘들로 최대 호황기를 누렸다.

통기타를 둘러멘 나팔바지 젊은이들이 먹을거리로 가득한 박스를 메고 강촌역에서 물밀듯 내렸다.

지난 1985년까지 있었던 출렁다리 배경 기념사진만이 그때를 증언한다.

텐트 앞 모닥불은 밤새 꺼지지 않고 수건돌리기 게임의 폭소와 노랫소리, 짝사랑의 울렁임이 넓은 백사장에 사연으로 쌓였다.

강촌은 행정구역상 남산면 강촌1∼3리와 방곡1리 일대를 이른다.

북한강과 검봉산이 어우러진 남다른 경치, 주변에 구곡폭포와 문배마을이 있어서 젊은이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도 많이 찾았다.

금요일부터 강촌 시골길은 청춘의 대학로로 바뀌었다.

서울과 경기지역 젊은이들이 당시 경춘선 완행열차를 타고 강촌에 몰렸기 때문이다.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 아찔함에 자연스레 손을 잡을 수 있던 곳. 그 추억과 낭만지대는 이제는 흑백사진 속 그때로만 남았다.

젊은이들의 해방구 '강촌'…주민들 힘 모아 전성기 부활 꿈틀
강촌 출렁다리는 1972년 국내 처음 건설된 현수교 형태. 붕괴 우려가 제기돼 1985년 양쪽 교각만 남긴 채 철거됐다.

사진 명소는 사라졌지만, 이후에도 아침마다 짙은 물안개가 피어나는 강변마을의 서정은 가요 '강촌에 살고싶네'(나훈아 노래)로 전국에 퍼졌다.

강촌역은 1939년 간이역으로 지어져 또 하나의 명물로 사랑받았다.

가파른 암벽 아래 역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피암터널 기둥은 수많은 젊음의 노트가 됐다.

2008년에는 그라피티 합법화 지역으로 지정해 세대를 넘어선 해방구 역할을 했다.

옛 강촌역은 2010년 12월 20일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폐쇄되고 안쪽 마을로 이전했다.

젊은이들의 해방구 '강촌'…주민들 힘 모아 전성기 부활 꿈틀
◇ 강촌역 하차 인원 10분의 1로 급감…상가마다 개점휴업 속출
경춘선 복선전철로 역이 이전하고, MT문화가 바뀌면서 강촌은 쇠락했다.

춘천시에 따르면 강촌역을 통한 관광객(하차 기준)은 1980년 40만 명에 이르렀지만, 지난해는 10분의 1에 불과한 4만 명에 불과했다.

강촌의 명소인 구곡폭포를 찾은 관광객도 2000년 38만 명에서 지난해 15만 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중 강촌을 대표하는 옛 강촌역사와 피암터널은 5년이 넘도록 방치되다시피 해 우범지대로 전락했다는 주민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일부 주민은 2015년 레일바이크 옛 강촌역 탑승장이 폐쇄되고 한 방향 운영이 이뤄지면서 공동화가 가속화됐다고 주장했다.

레일바이크는 폐선된 경춘선 옛 철길에 조성한 대체 관광시설이다.

주민 이모(58·방곡리)씨는 "2015년까지는 그나마 경기가 괜찮았지만, 이후 갑자기 강촌탑승장이 폐쇄돼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2017년 강촌 일대 상가를 관통하던 도로가 외곽에 새로 생겼다.

철길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강촌 상권 쇠퇴는 가속화됐다.

텐트촌과 수많은 청춘이 오가던 곳에는 사륜 바이크가 붐비고, 도로는 질주하는 차들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동안 춘천시와 주민들이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춘천시는 2015년 20억원을 들여 강촌천에 5분의 1 크기(폭 2m, 길이 58m)이지만 추억 속 출렁다리를 재현했다.

젊은이들의 해방구 '강촌'…주민들 힘 모아 전성기 부활 꿈틀
좋았던 시절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고 야간경관 조명을 설치했다.

곳곳에 '어게인 1972강촌', '강촌에 살고 싶네'의 노래비 등 조형물을 건립했다.

볼거리, 이야깃거리 될만한 소재도 찾았다.

매년 겨울이면 천연기념물 448호 호사비오리가 날아오는 것을 계기로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북한강 변 자전거도로 주변에 '또오리' 대형 캐릭터를 세워 또 오는 관광객을 기대했다.

하지만, 콘텐츠가 부족하다 보니까 조형물 전시에 그쳤다.

단체에서 개인으로 바뀌는 관광 트렌드 등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급격하게 들어섰던 펜션은 개점휴업이 속출했고, 점점 찾는 사람 없는 스산한 마을이 됐다.

심의현 춘천시 문화도시국장은 "강촌은 춘천의 대표 관광지였으나 관광객 급감으로 지역 공동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주민 주도로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폐철도와 구곡폭포, 남이섬 등과 연계되도록 인프라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해방구 '강촌'…주민들 힘 모아 전성기 부활 꿈틀
◇ 주민들 절박한 자구노력…'남이섬 신화' 강우현과 손잡다
절박했다.

주민들 스스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마을 관광객 유치를 위해 3만3천㎡(1만평) 규모의 메밀꽃밭을 만들어 무료 개방하고, 집집이 꽃을 심는 작은 것부터 실천했다.

춘천시의 지원보다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마을살리기 협의체를 만들었다.

문화예술인을 초대해 활로도 모색했다.

남이섬을 국내 최대 관광지로 만든 남이섬 신화의 주역인 강우현(현 제주탐나라공화국 대표)씨도 제주와 강촌을 오가며 마을 살리기를 위해 팔을 걷었다.

하지만, 마을별로 갈라진 이견을 한곳으로 모으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주민 신모(61·강촌1리)씨는 "과거 이웃한 마을끼리 사이가 좋지 않았을 때도 있었지만, 최근 의기투합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도 "처음에는 녹녹하지 않았다.

갈라진 주민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만 2년이 걸렸다"고 마음고생을 전했다.

실제로 강촌리 마을이 둘로 나뉘어 춘천시가 계획 중인 출렁다리 위치를 놓고 이견을 보였지만, 서로 합의를 끌어내 구곡폭포로 결정한 사례는 대표적이다.

또 강 대표의 제안을 통해 지난해 말 마을 한복판 빈 상가에 공방을 차렸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늦어졌지만, 주민 20여 명이 돌아가며 옛 강촌역 피암터널에 설치할 공예품을 만들고 있다.

젊은이들의 해방구 '강촌'…주민들 힘 모아 전성기 부활 꿈틀
9월에는 제2회 힐링 페스티벌, 10월에는 신나는 강촌 여행 축제를 열기로 했다.

아직 임대나 매입 절차가 남아있지만, 관문 역할을 하는 강촌역을 리모델링하는 방안도 속도를 내고 있다.

1층은 지역 명소를 알리는 안내센터, 2층은 역사박물관으로 꾸미고, 주변에는 매주 마을장터를 열기로 했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역사 내 피암터널은 그래픽터널, 아트공방, 배달식당, 공유오피스, 만능공방 등으로 탈바꿈한다.

깎아지른 절벽에 위치한 옛 강촌역사 앞에는 북한강을 왕복하는 짚라인 설치를 위해 남이섬과 협의에 나서는 한편 수십년간 방치된 폐 건물을 문화창작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옛 강촌역사 뒤편, 화전민터 등 30만평 시유림 활용방안과 함께 미디어파사드를 적용한 야간경관 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정재억 강촌2리 이장은 "옛 강촌역부터 신 강촌역 구간까지 1.4km 가량에 걸쳐 한차례 무산됐던 전주 지중화도 신청하는 등 주민이 합심해 나서고 있다"며 "아름다운 강마을 풍경과 오랜 마을문화를 융합을 통해 강촌의 제2의 전성기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