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지서 쫓겨나 고통 겪는 '고려인 삶' 소설로 계속 다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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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강제이주 이야기 '떠도는 땅'으로 김현문학패 수상한 김숨
"정착지에서 쫓겨나면서 삶이 뿌리 뽑힌 사람들의 아픔을 소설화하는데 관심을 갖다가 1937년 고려인 강제이주 이야기를 접하고 4년간 글쓰기에 매달렸습니다.
상실과 이산이 대물림되는 고려인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쓸 계획입니다.
"
구소련 시절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극동지역에 거주하던 고려인 17만명은 하루아침에 중앙아시아 황무지로 내몰렸다.
소설가 김숨(46)이 5월 초 발표한 '떠도는 땅'은 이들이 1937년 10월부터 한 달여 간 이동한 화물열차 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 현을 기려 제정한 문학상인 '김 현문학패'의 올해 수상작으로 최근 선정됐다.
김 작가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방이 막힌 화물 열차 칸에 감금되듯 갇힌 이들이 감당했을 영문모를 공포, 불안, 더러움, 참혹, 불신, 외로움, 고통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7년 문단에 등단한 김 작가는 20여 편의 소설을 발표해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한 문단 중진 작가다.
소설은 특정 주인공이 없이 열차 27명의 사연과 이동하며 벌어진 일을 대화(對話) 기법으로 묘사한다.
생존의 터전인 땅을 빼앗긴 사연, 추운 열차 안에서 사망하면서 자기 시신을 버리더라도 가져온 곡물 씨앗을 꼭 챙기라는 유언, 열차에서 태어나 곧 죽은 아기와 산모, 돌아올 줄 알고 살림살이를 집 인근 땅에 묻은 이 등 억울하고 아픈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그 속에서 피어난 희망도 묘사한다.
그는 2017년 잡지에 연재했던 내용을 고쳐 써서 책으로 냈다.
김 작가는 "1인칭 관찰자 시선으로 잡지에 발표하다 보니 이주 열차 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며 "등장인물 한명 한명의 이야기에 경중을 두지 않으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다시 풀어냈다"고 소개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강제이주를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산다는 뜻의 정주(定住)라고 표기하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아시아로 삶의 터전이 옮겨진 고려인은 구소련 해체 후 다시 뿔뿔이 흩어져야 했고, 8만여명이 한국으로 건너왔어요.
처음에 자기 의지로 이주한 것도 아니고 지금도 부유하는 삶을 사는 이들이 많으므로 1937년의 이동은 강제이주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 김 작가는 소설 속에서 캄차카반도의 항구에서 만난 연로한 고려인 할아버지를 묘사한 글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한여름에도 눈이 쌓인 항구도시에서 국숫집을 하던 노인이 울먹이며 '남쪽(조선)에 너무 가고 싶소이다.
남쪽은 엄마 품처럼 따뜻하겠지요'라고 말한 대목이다.
그는 "비정하고 혹독한 환경의 캄차카에서 살다 보니 눈동자마저 회색이 된 이 노인의 삶과 우리의 역사가 너무 닮았고 그 아픔이 전이돼 눈물을 쏟으며 썼다"고 회상했다.
그는 "인간은 모두 고귀하고 개성을 가진 존재인 것을 고려 않고 전제 정치로 억압한 대표적 사례가 강제이주"라며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들이다.
다만 일제강점기에 소련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모국을 찾은 고려인 3∼4세가 비자 등의 문제로 '추방'의 공포에 시달리는 현실을 생각하면 '떠도는 땅'은 미완의 소설"이라며 "구소련 해체 후 옛 터전인 연해주로 돌아오거나 모국을 찾거나 무국적자로 전전하는 이들의 현재를 묘사하는 글쓰기를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상실과 이산이 대물림되는 고려인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쓸 계획입니다.
"
구소련 시절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극동지역에 거주하던 고려인 17만명은 하루아침에 중앙아시아 황무지로 내몰렸다.
소설가 김숨(46)이 5월 초 발표한 '떠도는 땅'은 이들이 1937년 10월부터 한 달여 간 이동한 화물열차 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 현을 기려 제정한 문학상인 '김 현문학패'의 올해 수상작으로 최근 선정됐다.
김 작가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방이 막힌 화물 열차 칸에 감금되듯 갇힌 이들이 감당했을 영문모를 공포, 불안, 더러움, 참혹, 불신, 외로움, 고통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7년 문단에 등단한 김 작가는 20여 편의 소설을 발표해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한 문단 중진 작가다.
소설은 특정 주인공이 없이 열차 27명의 사연과 이동하며 벌어진 일을 대화(對話) 기법으로 묘사한다.
생존의 터전인 땅을 빼앗긴 사연, 추운 열차 안에서 사망하면서 자기 시신을 버리더라도 가져온 곡물 씨앗을 꼭 챙기라는 유언, 열차에서 태어나 곧 죽은 아기와 산모, 돌아올 줄 알고 살림살이를 집 인근 땅에 묻은 이 등 억울하고 아픈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그 속에서 피어난 희망도 묘사한다.
그는 2017년 잡지에 연재했던 내용을 고쳐 써서 책으로 냈다.
김 작가는 "1인칭 관찰자 시선으로 잡지에 발표하다 보니 이주 열차 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며 "등장인물 한명 한명의 이야기에 경중을 두지 않으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다시 풀어냈다"고 소개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강제이주를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산다는 뜻의 정주(定住)라고 표기하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아시아로 삶의 터전이 옮겨진 고려인은 구소련 해체 후 다시 뿔뿔이 흩어져야 했고, 8만여명이 한국으로 건너왔어요.
처음에 자기 의지로 이주한 것도 아니고 지금도 부유하는 삶을 사는 이들이 많으므로 1937년의 이동은 강제이주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 김 작가는 소설 속에서 캄차카반도의 항구에서 만난 연로한 고려인 할아버지를 묘사한 글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한여름에도 눈이 쌓인 항구도시에서 국숫집을 하던 노인이 울먹이며 '남쪽(조선)에 너무 가고 싶소이다.
남쪽은 엄마 품처럼 따뜻하겠지요'라고 말한 대목이다.
그는 "비정하고 혹독한 환경의 캄차카에서 살다 보니 눈동자마저 회색이 된 이 노인의 삶과 우리의 역사가 너무 닮았고 그 아픔이 전이돼 눈물을 쏟으며 썼다"고 회상했다.
그는 "인간은 모두 고귀하고 개성을 가진 존재인 것을 고려 않고 전제 정치로 억압한 대표적 사례가 강제이주"라며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들이다.
다만 일제강점기에 소련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모국을 찾은 고려인 3∼4세가 비자 등의 문제로 '추방'의 공포에 시달리는 현실을 생각하면 '떠도는 땅'은 미완의 소설"이라며 "구소련 해체 후 옛 터전인 연해주로 돌아오거나 모국을 찾거나 무국적자로 전전하는 이들의 현재를 묘사하는 글쓰기를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