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엎은 민주노총에 뒤통수 맞은 정부…이제야 "경사노위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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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실패로 끝난 노사정 타협
대표들 합의안 도출에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서 부결
"노사정 파국, 정부 책임도 커
이번 기회에 민주노총 손절을"
대표들 합의안 도출에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서 부결
"노사정 파국, 정부 책임도 커
이번 기회에 민주노총 손절을"
‘혹시나’ 기대했던 22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은 ‘역시나’ 달라진 것 없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행태로 물거품이 됐다. 정부는 민주노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을 최종적으로 거부했지만 합의정신을 살려 그대로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민주노총만 바라보며 두 달 넘게 허송하면서 정부 스스로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실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대의원 1479명이 참여하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온라인투표 형식으로 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의 추인 여부를 물었지만 대의원 61.7%인 805명이 반대해 끝내 부결됐다. 자신들이 요청해서 만든 대화기구의 결과물을 스스로 걷어찬 것이다.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체’로 불리는 이번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지난 4월 민주노총의 제안으로 설치됐다. 법상 대통령자문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는 별도로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도하는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지난 5월 출범했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조직 내부 반발로 한 번도 노사정 대화에 복귀한 적 없는 민주노총 입장을 배려한 조치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호소도 소용없었다. 지난 1일 민주노총 불참으로 합의문 서약식이 무산된 이후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은 협력의 끈을 놓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4일 민주노총의 합의안 부결 사태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과 함께 시대변화에 부응하기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다. 총리실을 통한 공식 입장이 아니라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서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은 이미 지난 3월 5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선언’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내놨다. 40여 일 논의 끝에 대표자들이 내놓은 합의문 내용은 고용유지와 기업 살리기,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었다. 3월 합의문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22년 만의 노사정 대화 완전체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의 기대에 민주노총 지도부는 화답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일선 기업 현장에서도 노사 대표가 단체교섭안에 합의하더라도 다시 찬반투표를 거치는 것이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의 관행이다. 같은 방식으로 민주노총은 합의안을 ‘추인’받기 위해 여러 차례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었지만 반대파의 반발에 부딪혔다.
강경파들은 당초 자신들의 요구사항이던 ‘해고 금지’가 명문화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강경파들이 연대해 사회적 대화에 매달리는 김명환 위원장을 사실상 탄핵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십 년 노정관계 속에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정부가 애초에 무리수를 두다가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민주노총의 노사정 합의안 거부에도 불구하고 노사정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함께 경사노위에서 이행 점검 등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도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경사노위에서 합의안을 최종 의결하고 실천해 나가자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 정부와 노사단체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의미다.
그동안 민주노총에 매달려온 정부 비판과 함께 민주노총의 노사정 합의안 거부가 오히려 향후 노정관계 설정에 걸림돌을 제거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사정 대화가 파국에 이른 데는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며 “노사가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대화에 나서는 것이 원칙이고 정부는 뒷받침 역할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한데 정부가 오히려 주도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오히려 이번 사태가 정부로 하여금 민주노총을 손절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현 정부 내에서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판에 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최종석 전문위원/백승현 기자 jsc@hankyung.com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대의원 1479명이 참여하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온라인투표 형식으로 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의 추인 여부를 물었지만 대의원 61.7%인 805명이 반대해 끝내 부결됐다. 자신들이 요청해서 만든 대화기구의 결과물을 스스로 걷어찬 것이다.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체’로 불리는 이번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지난 4월 민주노총의 제안으로 설치됐다. 법상 대통령자문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는 별도로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도하는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지난 5월 출범했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조직 내부 반발로 한 번도 노사정 대화에 복귀한 적 없는 민주노총 입장을 배려한 조치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호소도 소용없었다. 지난 1일 민주노총 불참으로 합의문 서약식이 무산된 이후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은 협력의 끈을 놓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4일 민주노총의 합의안 부결 사태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과 함께 시대변화에 부응하기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다. 총리실을 통한 공식 입장이 아니라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서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은 이미 지난 3월 5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선언’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내놨다. 40여 일 논의 끝에 대표자들이 내놓은 합의문 내용은 고용유지와 기업 살리기,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었다. 3월 합의문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22년 만의 노사정 대화 완전체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의 기대에 민주노총 지도부는 화답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일선 기업 현장에서도 노사 대표가 단체교섭안에 합의하더라도 다시 찬반투표를 거치는 것이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의 관행이다. 같은 방식으로 민주노총은 합의안을 ‘추인’받기 위해 여러 차례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었지만 반대파의 반발에 부딪혔다.
강경파들은 당초 자신들의 요구사항이던 ‘해고 금지’가 명문화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강경파들이 연대해 사회적 대화에 매달리는 김명환 위원장을 사실상 탄핵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십 년 노정관계 속에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정부가 애초에 무리수를 두다가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민주노총의 노사정 합의안 거부에도 불구하고 노사정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함께 경사노위에서 이행 점검 등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도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경사노위에서 합의안을 최종 의결하고 실천해 나가자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 정부와 노사단체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의미다.
그동안 민주노총에 매달려온 정부 비판과 함께 민주노총의 노사정 합의안 거부가 오히려 향후 노정관계 설정에 걸림돌을 제거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사정 대화가 파국에 이른 데는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며 “노사가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대화에 나서는 것이 원칙이고 정부는 뒷받침 역할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한데 정부가 오히려 주도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오히려 이번 사태가 정부로 하여금 민주노총을 손절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현 정부 내에서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판에 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최종석 전문위원/백승현 기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