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가중처벌 요건 불명확·형 범위 매우 넓어"

의정부지법 항소심 재판부가 "누범기간 절도에 대해 가중처벌 요건이 불명확하고 형량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며 최근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날 때까지 항소심 재판은 중단된다.

누범기간 2만원 절도에 징역 1년…항소심 위헌심판 제청
23일 의정부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A씨는 남의 집 앞에 놓여있는 상자를 훔쳤다.

상자 안에는 2만4천원 상당의 자동차용품이 들어있었다.

A씨는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앞서 절도 등으로 세 차례 복역한 전력과 누범기간(3년) 범행한 점을 들어 검찰이 기소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단순 절도죄의 법정형은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벌금이다.

그러나 A씨와 같은 상습 절도는 특별법인 '특정범죄가중법'이 적용돼 법정형이 징역 2년 이상 20년 이하로 늘어난다.

여기에 누범 가중 처벌까지 적용되면 징역 1년 이상 40년 이하로 는다.

감경 사유를 판단해 하한 형을 절반으로 줄이고 상한 형을 두배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A씨의 항소심 심리하던 의정부지법 형사1부(오원찬 부장판사)는 이 부분이 헌법을 위반한다고 봤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비례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범죄와 그에 따른 형벌을 명확히 법률로 정해 형벌권 남용을 막아야 하는데 현재 누범 가중 규정이 모호해 법정에서 혼선이 있다는 취지다.

또 형량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피고인이 형을 예측하기 곤란한 데다 동일한 사유로 상습 절도 등 특별 가중에 누범 가중까지 이중 평가를 받는다.

누범기간 2만원 절도에 징역 1년…항소심 위헌심판 제청
다만 항소심 재판부가 A씨의 1심 형량이 과하다는 의미에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은 아니다.

아직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은 상태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 재판은 중단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의 공소 제기 재량에 따라 피고인은 형법이 정한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특정범죄가중법에 따라 가중된 징역형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법 집행기관의 자의에 대한 우려와 국민 불이익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판사는 물론 일반 국민도 누범 절도의 처단형 범위를 알려면 대법 판례를 찾아서 확인해야 할 정도"라며 "형벌이 무거울수록 구성요건과 법정형이 구체적이고 명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