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집권 공화당이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5차 부양책 잠정안에 합의했다. 부양책 규모는 1조달러 가량으로 알려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급여세 인하는 빠졌다. 민주당이 3조달러대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실업수당, 주·지방정부 지원 등 핵심 쟁점에서 여야의 이견이 커 최종 결과는 유동적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23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행정부가 세부사항 검토를 위한 시간을 요청했다"며 "다음주 초 부양책 법안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당초 이르면 이날 당·정이 합의한 5차 부양법안을 발표할 예정였다. 이에따라 주당 600달러의 연방 실업수당이 종료되는 이달말까지 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공화당이 부양책을 발표해도 민주당과 조율이 쉽지 않다. 민주당은 지난 5월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자체 부양책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반면 공화당 지도부는 1조달러 수준의 부양책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소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연방 실업수당도 양측의 이견이 크다. 민주당은 이달말 종료되는 주당 600달러의 연방 실업수당을 내년 1월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입장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주당 600달러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실업수당을 깎고 지급 기간도 올해 12월말까지로 축소하기로 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CNBC에 출연해 대략 기존에 받던 소득의 70% 정도가 되도록 연방 실업수당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CNBC는 이렇게되면 연방 실업수당이 주당 200~300달러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인들은 지난 3월 의회를 통과한 2조2000억달러 규모의 3차 부양책에 따라 실직할 경우 주·지방정부 실업수당(평균 350달러 가량)에 더해 주당 600달러의 연방 실업수당을 추가로 받고 있다. 덕분에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고도 어느정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상당수 실직자들은 해고나 무급휴직 전보다 더 많은 소득을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과도한 실업수당 때문에 직장 복귀와 경기회복이 늦어질 수 있는만큼 연방 실업수당을 줄이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직장 복귀가 어려운만큼 실업수당을 줄여선 안된다며 맞서고 있다.

주·지방정부 재정지원도 여야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통과시킨 3조달러대 부양책 중 거의 1조달러 가량을 주·지방정부에 배정했다. 코로나 대응에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방만 경영을 해온 주·지방정부 지원에 세금을 써선 안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급여세 인하는 당·정 합의안에서도 빠졌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