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 너무 크다"
▽ 국내 첫 항공사간 기업결합 끝내 무산
▽ 계약파기 책임 놓고 소송 불가피
이스타항공 인수전은 국내 첫 항공사간 M&A로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시장 재편을 이끌 것으로 귀추를 모았으나 7개월 여 만에 끝내 무산됐다. 전면 운항중단(셧다운), 체불임금 책임 등을 놓고 양사 간 진실공방이 이어진 상황에서 향후 계약 파기 책임을 두고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오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해제 배경에 대해 제주항공은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한 SPA 해제"라고 밝혔다.
전날 이스타항공에 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낸 데 이어 이날 공시를 내며 인수 포기를 공식화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8일 SPA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지 7개월여 만이다. 올해 3월 2일 SPA 체결로부터는 4개월여 만이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와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M&A가 결실을 거두지 못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6일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대해 SPA 해제 조건을 충족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스타항공이 계약 선행조건 이행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에서는 결국 제주항공이 M&A 계약 파기 수순을 밟고 있다고 해석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주식 약 51.17%(보통주 497만1000주)를 54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당초 지분 취득예정일은 4월 29일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 인수전은 끝내 불시착하게 됐다.
코로나19 사태 속 이스타항공이 셧다운을 결정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직원들의 임금이 체불됐고, 이는 최종 인수 과정에서 걸림돌이 됐다. 제주항공은 이달 초 이스타항공에 미지급금 1700억원 등 해소를 골자로 한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 이행을 요구했다. 이스타항공이 마감시한까지 이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게 제주항공의 입장이다.
양사가 선행조건 이행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체불임금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가 주식 매입 자금 의혹 등 각종 의혹에 휩싸였고, 이 의원이 가족 보유 이스타항공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밝혔으나 인수전은 파국을 맞게 됐다.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되면서 2007년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출범한 이스타항공은 13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법정 관리에 돌입하게 된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업계에선 기업회생보다는 청산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은 6개월 넘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제주항공으로의 인수를 기다렸으나 끝내 회사를 떠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선결조건 이행 여부를 두고 입장을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법적 공방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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