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 참새가 종종 내려앉는 바위 등에는 며칠 전에는 보지 못했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자세히 읽어보니 안내문보다는 호소문에 가까웠다.
비에 젖을까 코팅된 A4용지에는 "하얀 참새에게 먹이 좀 주지 마세요.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도록 제발 그냥 좀 놔 주세요.
어린 새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 주민이 붙인 것으로 알려진 이 종이는 흰 참새를 찍으러 전국에서 모여드는 사진가들을 향한 호소였다.
이달 초 춘천시민에게 처음 포착된 흰 참새 2마리는 개울 주변 텃밭과 하천변, 주택 처마, 공원 숲 등을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하지만 원하는 배경에서 편히 새를 촬영하려는 일부 사진가가 들깨, 좁쌀 등 모이를 커다란 바위 위에 잔뜩 뿌려 흰 참새를 유인했다.

원래 흰 참새가 머물던 텃밭은 옥수수가 훤칠하게 자라 몸을 숨기거나 볕을 피할 곳이 많았지만, 모이를 놓아 유인하는 바위는 근처에 몸을 숨길 곳이 거의 없다.
게다가 일부 사진가들은 흰 참새가 날아다니는 곳을 토끼몰이하듯 쫓으며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이에 길조라 여겨지는 흰 참새를 아끼는 주민이 일부 사진가들의 이런 행태를 멈추기를 호소하는 글을 최근 바위 위에 붙인 것이다.
하지만 일부 사진가는 이를 비웃듯 여전히 모이를 뿌려 흰 참새를 유인했다.
모이를 먹고자 흰 참새가 날아들자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다가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자연 그대로의 흰 참새를 담은 사진이 진짜 작품이라 생각한다"며 "모이를 줘서 유인하고 이를 찍는 것은 땅에 떨어진 과자를 쪼아 먹는 비둘기를 찍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본래 색과 다르게 흰색을 띤 동물의 출현을 돌연변이인 알비노(albino)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는 동물의 피부나 모발, 눈 등에 색소가 생기지 않는 일종의 백화 현상이다.
본디 가져야 할 보호색이 아니기에 천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남궁대식 한국조류보호협회 사무총장은 "알비노 동물이 수명이 짧은 이유는 천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의 욕심으로 개활지로 흰 참새를 유인하는 것은 학대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