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 "환경부, 피해자 의견 반영 노력 부족…시행령 개정안 수정·보완해야"
"가습기살균제법 시행령, 피해인정 확대 법 취지 반영 못해"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으로 환경부가 내놓은 시행령 개정안이 피해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3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환경부 시행령안에 실망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질환을 폐 질환, 천식, 태아 피해, 기관지 확장증 등으로 한정하지만, 개정법은 피해구제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가습기 살균제 노출 이후 나타날 수 있는 피해 질환을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황전원 사참위 지원소위원장은 "환경부는 폐 질환 중심의 피해인정을 앞으로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제시해야 하지만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막연히 '과학적 근거가 확보된 질환에 대해 장관이 고시한다'는 설명만 제시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천식과 태아 피해, 독성간염, 아동 간질성 폐 질환 등 4개 질환을 피해로 인정하기까지 무려 6년이나 걸렸는데, 향후 다양한 질환을 인정하는 데 얼마나 더 걸릴지 알 수 없다"며 "피해인정 질환이 확대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피해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관련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가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가습기살균제 노출 이후 발생한 질환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다른 원인이 입증되지 않는 한 지원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법 시행령, 피해인정 확대 법 취지 반영 못해"
환경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사망 피해자 유족에게 지급하는 '특별유족조위금'을 일부 증액하기로 했지만, 사참위는 여전히 지원금이 부족하고 산정 근거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황 지원소위원장은 "환경부가 제시한 특별유족조위금 약 7천만원은 산정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희생당한 1천500여명 유족은 사람 목숨이 고작 7천만원이냐고 분노에 차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은 '영리적 불법행위'에 대해 최소 3억원에서 최대 6억원까지 위자료 배상을 기준으로 제시한다"며 "특별유족조위금이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인 만큼 영리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위자료 배상 기준으로 지원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환경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피해자 간담회를 갑자기 취소하고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며 의견수렴 노력도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사참위는 "그간 입법 취지를 왜곡한 환경부 시행령으로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며 "환경부는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법령이 추구하는 목적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사참위는 환경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 신속 구제를 위한 '요건심사' 대상 질환 선정·심사기준 명시 ▲ 특별유족조위금 증액 ▲ 환경부 운영위원회 피해자 참여 보장 ▲ 구제급여 지급절차 간소화 등 20가지 사항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