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업체들이 국내외 시장의 수요 감소에 대응해 공장 폐쇄 카드를 잇따라 꺼내들고 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쓰비시(三菱)자동차는 자회사인 '파제로제조'의 승용차 공장을 향후 3년 이내에 폐쇄하기로 했다.

기후(岐阜)현 사카호기마치(坂祝町)에 소재한 이 공장은 미쓰비시의 일본 내 승용차 공장 3곳 중 하나로, 파제로 수출용 모델 외에 미니밴 '데리카D:5'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웃랜더'를 만들고 있다.

작년도 생산량은 약 6만3천대로 미쓰비시자동차 일본 내 생산의 10%가량을 차지했다.

미쓰비시는 이 공장을 폐쇄하기 위해 내년에 수출용 파제로 생산을 종료하고 파제로 생산에서 완전히 철수할 예정이다.

파제로는 1982년 시판돼 38년 역사를 자랑하는 다목적 SUV로, 미쓰비시자동차를 대표하는 간판 차종이었다.

그러나 소비자의 기호 변화 등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인기가 떨어지자 일본 내 판매를 지난해 중단하고 주로 아시아 시장 수출용으로 생산해 왔다.

이 공장에서 맡아온 '데리카D:5'와 아웃랜더 생산은 아이치(愛知)현에 있는 오카자키(岡崎)제작소 등으로 이관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비시자동차의 일본 공장 폐쇄는 2001년 나고야(名古屋)에 있던 오에(大江) 공장 이후로 처음이다.

'파제로제조'는 항공기 부품 제작업체로 1943년 설립된 '동양항공기계'가 전신이다.

1945년 태평양전쟁 종전 후 차체 제조업체로 변신해 주로 미쓰비시의 승용차를 위탁받아 생산하다가 2003년 미쓰비시자동차의 완전자회사가 됐다.

국내외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 속에 고정비 부담이 커져 어려움을 겪어온 미쓰비시자동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층 심각한 경영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자동차는 오는 27일 발표할 예정인 새 중기경영계획에 '파제로제조' 공장 폐쇄를 골자로 하는 1천억엔 규모의 고정비용 절감 대책을 포함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2016년 연비 부정 문제가 드러나 경영 위기에 처한 뒤 닛산차의 출자를 받아 프랑스 르노와 함께 3사 연합체제를 구축한 미쓰비시자동차는 2019회계연도에 257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일본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그룹이 시즈오카(靜岡)현에 있는 히가시후지(東富士) 공장을 올해 말 폐쇄하기로 한 데 이어 혼다자동차가 사이타마(埼玉)현의 사야마(狹山) 공장을 내년까지 닫기로 하는 등 일본 자동차 공장의 폐쇄 결정이 줄을 잇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