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대회 D-1…통과할 경우 노동운동 질적 변화 전망
기로에 선 민주노총…내일 노사정 합의안 찬반투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3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을 상정한다.

노사정 합의안에 대한 추인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적인 절차다.

이번 대의원대회 결과는 노사정 합의안뿐 아니라 민주노총 노동운동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내일 온라인 대의원대회…오후 8시까지 투표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23일 71차 임시 대의원대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이 찬반투표에 부쳐진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될 투표에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대표하는 대의원 약 1천500명이 참여한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4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원 포인트' 노사정 대화를 제안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출범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여했다.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40여일의 논의를 거쳐 고용 유지, 기업 살리기,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을 위한 협력 방안을 담은 합의안을 마련하고 지난 1일 협약식을 열어 서명하려고 했으나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의 반대에 막혀 막판에 불참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직권으로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대의원들의 뜻을 묻기로 했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합의안이 추인되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협약이 완성된다.

민주노총을 포함한 6개 노사정 주체들이 국난 극복 방안에 합의하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노사정 합의 이후 22년 만이다.
기로에 선 민주노총…내일 노사정 합의안 찬반투표
◇ 노사정 합의안 놓고 찬반양론 격돌
이번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노사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양론이 격돌했다.

반대파는 노사정 합의안에 민주노총이 요구해온 '해고 금지' 표현이 빠진 데다 고용 유지 대책도 추상적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휴업수당 감액 등 경영계 요구를 일부 반영한 조항들도 '독소'로 간주한다.

민주노총이 '자본에 대한 특혜'로 가득한 노사정 합의안을 폐기하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게 반대파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찬성파는 노사정 합의안이 기대에 못 미치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노사정 3자 구도의 현실적 제약 속에서 노동계가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담겼다며 반박한다.

코로나19 사태의 피해가 특수고용직(특고), 임시·일용직, 영세 사업장 노동자 등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고용 유지의 큰 원칙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이행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들을 보호하는 게 시급하다고 찬성파는 강조한다.

합의안을 최종 결과로 보고 문구 하나하나를 따지기보다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출발점으로 삼고 이행 과정에 관여해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대기업 정규직이 대거 해고로 내몰렸던 IMF 외환위기와는 달리 코로나19 사태는 특고와 같은 취약계층에 피해가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이들은 정규직과 달리 대부분 노조의 보호 밖에 있다.

기업별로 조직된 정규직 중심의 노조가 당장 이들을 위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적 차원의 노사정 협약에 참여해 취약계층에 적용될 구체적인 대책을 만들어나가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기로에 선 민주노총…내일 노사정 합의안 찬반투표
◇ 민주노총 노동운동에도 분기점
이번 임시 대의원대회의 투표 결과에 따라 민주노총 노동운동의 미래도 달라질 전망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안이 부결되면 즉각 사퇴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2017년 말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내걸고 직선으로 당선된 그가 노사정 합의안 부결과 함께 물러날 경우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등을 돌렸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

노사정 합의안이 부결되면 적어도 현 정부에서는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의 중심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반대로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합의안이 추인되면 민주노총 노동운동은 질적 변화를 맞을 수 있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생겨난 사회적 대화에 대한 '트라우마'를 떨쳐내고 김 위원장의 말대로 투쟁과 대화를 병행하는 노동운동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이는 민주노총 조합원이 100만명을 넘어 '제1 노총'이 된 양적 변화와도 맞물린다.

사회적 대화도 노사정 3자의 입장이 정면충돌하는 투쟁의 장으로 본다면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는 투쟁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정파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간부 중심의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반대에 막혔던 노사정 합의안이 대의원대회를 통과할 경우 정파 중심의 기존 노동운동의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수 활동가 중심의 정파는 과거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맞서 노동운동을 이끄는 전위(前衛)의 역할을 했지만, 민주노총이 100만명이 넘는 대중 조직으로 성장한 지금은 조직 내 민주주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영상 연설을 통해 "정파 상층부가 민주노총 위에 군림하고 (정파의) 다수 의견과 물리적 압력, 동원식 줄 세우기에 걸려 사회적 교섭을 끝내는 것은 100만 민주노총 대중 조직을 망치는 길"이라며 정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