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 일레인 스토키 지음, 양혜원 옮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전 세계의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고찰한 뒤 그것이 끊이지 않는 이유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성 감별 낙태, 영아 살해, 성기 훼손, 아동 결혼, 명예 살인, 가정 폭력, 성매매, 성폭행, 전쟁에서의 성폭력 등 저자가 제시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그 유형도 다양하지만, 수법 또는 너무나 사악하며 그로 인한 피해자는 계속 늘고 있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8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피해자들의 증언을 직접 듣고 각종 통계 자료들을 모아 정리했으며 피해자들의 치유를 돕는 운동 및 국제단체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활동을 기록으로 남겼다.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분석한 주요 이론들을 하나하나 분석한 저자는 각 이론과 연구의 이면에 깔린 인간 인격성 문제에 도달한다.
특히 종교 권력의 모순과 종교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해방의 목소리들을 차근차근 짚어가며 종교의 진정성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수동적인 연민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한 저자는 "불의를 철폐하기 위해서는 헌신과 인내와 전 세계적으로 연계된 행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각자가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IVP. 440쪽. 2만1천원.
▲ 장애의 지리학 = 브렌던 글리슨 지음, 최병두·임석회·이영아 옮김. 공간, 장소, 이동성 등과 관련된 지리적 문제들이 장애인들의 경험을 어떻게 제한 또는 억압하는지를 밝힌다.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공간적 이동이며 이동의 한계는 다시 장애인들의 배제와 소외를 초래한다.
그런데도 이 문제는 지리학이나 도시계획학, 사회복지학, 그 밖의 장애인 관련 사회과학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호주 멜버른대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장애에 관한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세계적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의 '역사지리적 유물론'을 대안적 이론으로 제시한다.
또 '역사지리적 유물론'의 주요 개념을 구성하는 르페브르의 '공간의 생산' 개념에 기반을 두고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어떻게 장애인들에게 불리한 공간을 생산했는지를 고찰한다.
이와 함께 자본주의 도시의 장애 억압을 분석하고 탈장애 공간을 위한 정책적 제안을 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탈장애의 정의'는 물질적 수요의 충족과 더불어 문화적 역량 강화, 주류 사회생활에 대한 참여 등을 포함한다.
지리학이 실증주의적 방법론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회이론에 기반을 두고 사회 규범적, 참여적 주제를 다루게 되면서 장애인들을 포함해 사회적 취약집단들에 대한 관심이 대두하던 분위기 속에서 1999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장애 지리학'이 지리학 전공 분야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다른 여러 지리학자와 관련 분야 연구자의 연구와 저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그린비. 464쪽. 2만7천원.
▲ 벽이 없는 세계 = 아이만 라쉬단 웡 지음, 정상천 옮김. 지정학의 3가지 주요 열쇠인 권력, 지정학, 정체성을 토대로 오늘날 세계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50개 국제정치의 핵심 현안을 풀어낸다.
말레이시아의 외교관이자 지정학 분석가인 저자는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권력의 축과 이동, 힘의 균형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국제정치에서는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국가와 연합세력을 구축해야 하며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금언을 깊이 새겨야 한다.
또 '지리는 운명'이라고 할 정도로 각국의 지리적 요건이 중요하다.
외교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는 데는 가치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요소까지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체성은 지정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서방 문화의 핵심국가이고 러시아는 동방정교, 중국은 중화문화, 인도는 힌두의 핵심국가이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이슬람권에는 중심 국가가 없어 중심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분쟁이 이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가 다룬 50개 현안 가운데는 한국 관련 사항도 3개나 포함된다.
"북한은 중국으로 기울어 있고, 남한은 미국과 동맹국인 일본에 기대어 있는 현재 상황은 각국의 이익에 좀 더 부합하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전쟁의 불씨를 스위스 초콜릿 브랜드 린트가 맞았다.4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며 스위스 초콜릿 제조업체 '린트 운트 슈프륑글리'(린트·사진)가 그동안 캐나다에서 판매하는 초콜릿 제품을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절반씩 생산해왔는데 관세전쟁 여파로 조만간 전량을 유럽에서 들여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부터 캐나다에서 수입한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도 맞대응에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즉각 부과한다고 발표했다.현재 린트는 미국 내 5개 공장에서 미국 판매용 제품은 물론 캐나다 수출용 제품도 생산하고 있어 관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린트 대변인은 폭스뉴스 디지털과 인터뷰에서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관세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는 유럽 생산시설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와 같은 국가에 공급할 가능성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아달베르트 레흐너 린트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캐나다에 공급하는 물량의 전량을 유럽에서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송 비용이 늘어나겠지만 관세로 인한 비용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마틴 허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로이터 통신에 설명했다.또 유럽에서 생산된 초콜릿 제품이 미국산보다 캐나다에서 소비자 반발에 덜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발표 이후 캐나다에서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어지기도 했다. 캐나다는 린트의 10대 주요 시장 중 하
어느 분야나 빼어난 실력자들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는가 하면, 뒤늦게 재능을 꽃피우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기억되는 건 아니다. 예술도 마찬가지. 수많은 천재, 또는 기재들이 명멸하는 가운데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해낸 사람만이 오랜 세월 회자되기 마련이다.여기 스물셋 젊은 미대생이 1971년 ‘공심(空心)’이라 이름 붙인 회화 세 점이 있다. 창문 아래 한 여인이 누워 있는 평범한 그림인데, 점차 창이 일그러지더니 어느새 여인도 연기처럼 증발해버린다. 회화의 출발점이 현실의 재현(再現)이란 점에서 이 그림은 완성에서 미완으로 향하는 그림이다. 초현실주의 기법이 돋보이는 이 시리즈에선 회화의 본질을 허물고,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화가의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신성희(1948–2009)는 이 삼부작으로 1971년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 특별상을 받았다. 김환기가 직전 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 대상을 받아 잘 알려진 공모전이다. 촉망받는 작가로 인정받았지만, 그는 이후 주류를 벗어나는 행보를 보인다. 1960~1970년대 뜨겁게 달아 올랐던 실험미술에 뛰어드는 대신 회화에 몰두했다. 그렇다고 윗세대의 단색화를 추구하거나 아랫세대의 민중미술을 호응하지도 않았다. 신성희가 바라본 건 평면의 캔버스에 입체적인 공간을 구축해내는 ‘회화 너머의 회화’였다.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신성희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는 그의 40년 화업을 통해 독창적인 회화를 완성한 과정을 살펴보는 귀한 전시다. 가장 독창적인 화가 중 한
40여년에 걸친 고(故) 김인겸(1945~2018)의 조각 여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조각은 하나의 덩어리'라는 통념을 깨고 여러 부품을 조립해 만든 초기작이 첫 단추다. 주변 건축 환경과 어우러진 대형 설치작업 '프로젝트' 연작이 뒤를 이었다. 199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한국관이 개관했을 때 선보인 '프로젝트21-내추럴 넷'은 규모와 구성면에서 크고 복잡해졌다.이듬해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초청으로 파리 생활을 시작하면서 작가는 마지막 변곡점을 맞았다. 많은 게 단순해졌다. 종이 위에 그은 붓질이 면이 되고, 이런 면들이 모여 입체가 된다는 조각의 본질로 돌아갔다. 평면 같은 입체, 또는 입체 같은 평면…. 강철을 종이처럼 구부리고 자른 듯한 '접힌 조각' 시리즈가 태어난 배경이다.대구 봉산동 우손갤러리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 '조각된 종이, 접힌 조각'은 조각적 단순함을 추구한 작가의 말년 작업을 돌아본다. '스페이스리스(Space-Less)'와 '빈 공간(Emptiness)' 시리즈 20여점이 나와 있다. 김 작가의 딸인 김재도 홍익대 초빙교수가 전시 기획을 맡았고, 아들 김산 작가가 작품을 촬영했다.두 연작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듯 조응한다. '스페이스리스'는 넓적한 미술 도구인 스퀴즈로 물감과 먹을 얇게 펴 바른 종이 작업이다. 종이 위에 여러 층의 면을 겹쳐 그리며 입체감을 표현했다. '빈 공간'은 이런 이미지를 3차원 모형으로 구현한 조각이다. 강철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통해 입체적으로 제작됐지만 오히려 평면성이 두드러진다.1996년 파리로 건너간 작가가 '접힌 조각'을 내놓자 미술계에선 의아해했다. 이전해 베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