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장 전 시장의 관심은 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BBIG7) 대형주였다. 새로운 주도주로 자리잡은 이들 종목이 지난주 내내 조정을 받은 터라 미국 기술주의 급등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투자자들은 궁금해했다. 전날 아마존과 테슬라 주가는 급등했다.
네이버 카카오 삼성바이오 LG화학 삼성SDI 셀트리온 엔씨소프트 등은 상승 출발했다. 이들은 상승폭을 키우며 오전 4~5% 급등하기도 했다. 오후 차익매물이 나오며 상승폭을 줄였다. 미래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종가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의 주가가 조정을 받더라도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버블 때와 달리 비즈니스 모델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도주가 이끄는 시장의 색깔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새 주도주 조정 일단 멈춰

20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는 아마존의 목표주가를 28% 높인 3800달러로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혜택을 받을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이 영향으로 나스닥 기술주는 동반 급등했다. 아마존은 7.93%, 테슬라는 9.47%, 마이크로소프트는 4.30% 올랐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나스닥지수는 사상 최고치(10,767.09)를 경신했고 S&P500지수는 작년 말 수준(3230.78)을 회복했다. 아마존 시가총액(1조5000억달러)이 한국 전체 시총(1조4000억달러)보다 커졌다.

미국발 훈풍은 국내 성장주에도 전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장 초반 급등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은 줄었지만 카카오(1.94%) 네이버(2.66%) 엔씨소프트(0.0%) 삼성바이오로직스(1.49%) 등은 상승 마감했다. 지난 4개월간 이어진 랠리에 대해 시장이 의문을 제기하며 조정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거래였다는 평가다.

개미, 그래도 BBIG 샀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조정을 투자 기회로 판단한 듯하다.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단기적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개인은 카카오(5929억원) 네이버(4549억원) SK하이닉스(1851억원) LG화학(1774억원) 엔씨소프트(1189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는 좀 달랐다. 성장주의 단기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했다. 또 주요국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상승하고 경기선행지수가 높아지며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자 외국인들은 경기 민감주 매수에 나섰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 하이트진로 등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렸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비대면 대표주들이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르는 동안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중후장대 산업, 은행주 등 전통 우량주의 주가 회복은 더뎠다”며 “실적 저점이라고 예상됐던 2분기 실적이 생각보다 양호해 매수세가 전통 우량주로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속도는 느려도 성장주 질주 계속된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의 성장주에 대한 기대감을 배경으로 한 투자에 나쁜 점수를 주지 않는 분위기다. 네이버 카카오 등 기술주들의 사업 확장성이 무궁무진하고, 바이오와 배터리도 실적이 뒷받침될 것이기 때문에 조정은 일시적일 것이란 의견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시기에 성장주들은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곳이 많아 버블 붕괴로 이어졌다”며 “반면 구글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등 포스트 코로나 주도주들은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갖추고 있어 견고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무리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도 공통된 의견이다. 유명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저금리, 저성장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성장주에 유리한 환경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하반기 주가 상승 속도는 상반기보다 느려질 것”이라며 “지속적인 주가 상승과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려면 매출 증가를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가 상승 속도가 둔화된 시점에 실적이 뒷받침돼야 주가의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4~2015년 증시를 이끌었던 화장품주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이 몇 분기 연속 이어지자 랠리가 마무리됐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