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자회사를 대상으로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하려면 어느 정도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정답은 삼성전자 주식 311억원어치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해 손해를 끼친 경우 모회사 주주가 해당 이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회사 지분 1만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상장회사 주주는 누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헤지펀드가 311억 투자해 삼성 주주되면 삼성전자 子회사에 다중대표소송 가능"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지난 17일 다중대표소송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의 신중한 도입을 주문하는 ‘경제계 공동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19일 발표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11일 상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경제단체들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출자자가 아닌 모회사의 주주에 의해 제기된 소송으로 자회사의 주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상법 체계를 뒤흔든다는 지적이다. 소송 ‘문턱’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청호컴넷은 135만원으로 모회사와 13개 자회사, 코스닥 상장사 코이즈는 138만원으로 모회사와 3개 자회사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영권 침탈, 단기차익 실현 등이 목표인 헤지펀드에 멍석을 깔아주는 셈”이라며 “이들이 다중대표소송제를 기업 압박용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위원 중 최소 한 명을 분리 선임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기존 대주주들이 지분 쪼개기를 통해 의결권 제한 규정을 피할 수 있는 외국 투기자본을 견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 시 ‘3%룰’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에도 부정적이었다.

3%룰은 감사 및 감사위원들이 최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최대주주 측 의결권을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해 최대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최대주주와 기타주주, 2조원 이상 상장사와 나머지 상장사를 구분해 일부 내용을 완화해 적용해왔지만 앞으로는 예외가 사라진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분 1~2%를 보유한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연합해 감사를 꿰차는 ‘늑대떼 전술’을 쓰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감사 선임 시 주총 결의요건을 조건부로 완화하는 방안에는 찬성 의견을 냈다. 개정안은 전자투표를 도입한 경우 출석 주주 의결권 과반수 조건만 충족하면 감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