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난달 12일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 출전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 시즌 연봉은 2천700만원. 최저 연봉이었다.
당장 방출 통보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타격만큼은 자신 있었지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자신감은 계속 줄어들었다.
벼랑 끝에서 서 있던 김호은은 1군 출전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달 13일 첫 안타를 치며 기사회생했고, 이후 5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새로운 인생을 열었다.
지난 7일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선 프로 데뷔 후 첫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를 옆에서 지켜보던 팀의 레전드, 이병규 타격 코치는 손수 '사석위호'(射石爲虎·돌을 호랑이로 알고 쏘았더니 돌에 화살이 꽂혔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면 이룰 수 있음을 이르는 말)라는 사자성어를 첫 홈런공에 써줬다.
김호은은 이 공을 클럽하우스 자리에 잘 보관하고 경기에 나설 때마다 마음에 새겼다.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도 그랬다.
그는 매 순간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2회 선두 타자로 나선 김호은은 상대 팀 선발 장시환을 상대로 3볼-1스트라이크에서 가운데 몰린 직구를 걷어내 우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1-0으로 앞선 6회 말 공격 2사 2루에선 우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날 경기의 결승타였다.
LG는 한화를 3-1로 물리치며 7월 이후 첫 연승을 기록했다.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승리를 이끈 김호은은 "이병규 코치님이 써주신 문구를 항상 되새기며 매 경기 절실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석위호'라는 문구를 잊지 않고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