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한 달 전 태국서 출발…코로나19로 기항 못 해 위기일발
한국인 덕분에…러시아 요트, 포항 앞바다서 표류 중 구조
러시아인 가족이 요트를 타고 태국에서 러시아로 가던 중 연료와 음식물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다가 한국인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17일 한국해양구조협회 경북지부에 따르면 러시아인 가족 3명은 6월 초 태국 푸껫에서 요트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요트가 바람을 이용하거나 기관을 이용하더라도 속도가 느리다 보니 기항지에 들러 연료, 식량, 물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 퍼져 중간에 들리려던 싱가포르 등 각국이 항구를 폐쇄하는 바람에 입항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약 한 달 간 항해하면서 간신히 경북 포항 남구 호미곶 근처까지 왔다.

이미 연료를 비롯해 식량, 물이 떨어져 표류하는 상황이었다.

가족은 생존을 위해 국제 조난신호로 구조를 요청했다.

마침 포항항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이 신호를 확인해 해경에 신고했다.

신고받고 출동한 포항해양경찰서는 지난 8일 오후 8시 45분께 남구 호미곶면 강사리 앞바다에서 요트를 발견한 뒤 영일만 안으로 예인했다.

이후 해양구조협회 경북지부 경북특수구조대가 선박을 보내 포항 두호 요트계류장까지 요트를 예인했고 연료와 음식물을 제공했다.

구조 당시 러시아인 가족 3명 중 1명은 탈수 증세를 보여 자칫 위험한 상태에 이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들 가족은 해경과 해양구조협회 도움 덕분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검역 당국이 만약에 대비해 가족 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한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러시아인 가족은 요트 안에서만 머물며 정비를 한 뒤 16일 오후 2시께 포항에서 러시아로 출발했다.

황승욱 경북특수구조대장은 "표류 중인 요트 승선원이 탈수증상을 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인도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