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의장은 이날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앞으로 있을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까지가 개헌의 적기"라며 "코로나 위기를 넘기는 대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말했다.
박병석 의장은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삼고 있고, 권위주의 청산을 위해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와 자유권적 기본권을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둔 헌법"이라며 "한 세대가 지난 현행 헌법으로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개헌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특정 형태를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개헌 논의는 권력구조 개편, 즉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정치권과 학계에선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꿀 필요성이 있다는 공감대가 꾸준히 형성돼 왔다.
그동안 카드만 여러차례 만지작거린 개헌 논의가 이번에 수면 위로 부상할 개연성이 큰 것은, 개헌 발의 기준인 과반(150석)을 훌쩍 넘긴 거대 여당의 존재감 때문이다. 민주당 중진인 송영길 의원이 지난 4월 여당의 총선 대승 이후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띄우기도 했다.
야당도 개헌 논의 자체에 문을 닫은 건 아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권력구조 개편 제의가 있으면 적극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8년 개헌 관련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았다.
당시 입법조사처는 '개헌 관련 여론조사 분석' 보고서를 공개하고 "현행 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깊어 무엇이든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진다"며 "다만 각론에 들어가면 정치적 환경과 정치 성향에 따라 의견이 갈라지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여론조사들 결과를 보면 '개헌 찬성'이나 '개헌 필요' 의견이 62.1~76.9%에 달했다. 정부 형태에 대해서는 4년 중임제가 모든 조사에서 40∼50%의 지지를 얻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입법조사처는 "현행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높지만, 대통령제를 벗어난 다른 제도에 대한 선호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개헌 논의가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점, 국회 원 구성 진통으로 야당의 반감이 커진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개헌 발의는 과반이면 되지만 의결에는 200석이 필요하다. 지난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100석) 사수를 호소했던 통합당 동의 없이 실제 개헌은 불가능하단 얘기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