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5000억원이 넘는 부산시 예산을 관리할 금고지기 자리를 두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20년간 주금고 자리를 유지해온 부산은행과 현재 부금고를 맡고 있는 국민은행에 농협은행까지 가세해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된다.

부산시는 시 금고 지정 신청 공고를 내고 향후 일정을 확정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시 일반회계와 18개 기금을 맡아 관리하는 주금고, 공기업특별회계 및 기타 특별회계를 관리하는 부금고를 선정한다. 시 전체 예산 12조5000억원 중 70%를 주금고 은행이, 나머지는 부금고 은행이 맡는다.

시는 오는 22일 금고 지정 설명회를 연 뒤 다음달 7일까지 서류열람 절차를 거쳐 18일 제안서를 접수한다. 금융회사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전성, 예금 및 대출금리, 시민 이용 편의성, 금고 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협력사업, 지역 재투자 실적 등의 항목 평가를 거쳐 금고를 선정한다. 이들 금고는 내년부터 4년간 시 예산을 관리한다.

올해는 은행들이 주금고와 부금고 입찰에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지역 대표은행으로 20년째 주금고 자리를 지켜온 부산은행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활동과 4년간 1638억원 규모의 지방세 납부 실적, 지역 재투자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성과 등을 강점으로 내세울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우선 부금고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금리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캐피털의 리스 차량 소재지를 부산으로 옮기는 방법으로 지방세 수입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2013년 부금고 자리를 국민은행에 빼앗긴 농협은행도 이번 시 금고 경쟁에 뛰어든다. 농협은행은 청와대, 정부 부처 등 서울과 세종의 대다수 행정기관 금고를 관리하고 있는 점을 내세울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이 불건전 영업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각종 출연금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지난 3월 마련해 협력사업비를 과다하게 제안할 수 없게 된 점도 이번 입찰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