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액 성분 허위로 표시하고 2천억원대 상장 사기 혐의
검찰 "한미 정보 비대칭 악용"…변호인단 "검찰이 오해"
'인보사 의혹' 이웅열 전 코오롱회장 불구속 기소(종합)
이웅열(64)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둘러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보사를 '넷째 아이'라고 부르며 20년 넘게 연구개발을 지시·주도한 이 전 회장이 기소됨에 따라 작년 6월부터 1년 넘게 진행된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이창수 부장검사)는 16일 이 전 회장을 ▲ 약사법 위반 ▲ 사기 ▲ 배임증재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 업무방해 ▲ 금융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인보사 2액을 허가받은 '연골세포' 대신 종양 유발 위험이 있다고 알려진 '신장유래세포(GP2-293)' 성분으로 제조·판매해 160억원의 매출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이 전 회장은 2016년 6월 인보사 연구·개발업체인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FDA(식품의약품안전국)로부터 임상중단 명령을 받은 사실을 숨긴 채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천만 달러(한화 약 120억원) 상당의 지분투자를 받은 혐의도 있다.

코오롱 측은 임상중단과 인보사 2액의 주성분이 신장유래세포인 사실 등을 숨기고 2017년 11월 코오롱티슈진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약 2천억원을 유치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코오롱 측이 허위 공시로 계열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정황을 확인해 이 전 회장에게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한미 양국에서의 '정보 비대칭'을 인보사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판단했다.

코오롱 측은 2015년 5월 미국에서 임상중단 명령을 받았는데도 국내 시장에서는 유리한 사실만 강조해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 FDA 승인절차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이해 부족을 악용해 불완전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띄우고 자본시장 질서의 투명성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인보사 의혹' 이웅열 전 코오롱회장 불구속 기소(종합)
검찰은 앞서 인보사 성분 허위표시 및 상장사기 의혹과 관련해 이우석(63)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 7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전 회장의 공소사실에는 배임증재 등 혐의가 추가됐다.

2011년 4월 인보사 국내 임상 과정에서 임상책임의사 2명에게 코오롱티슈진 스톡옵션 1만주를 무상으로 부여한 혐의다.

코오롱 측은 스톡옵션이 미국 법에 따라 무효화하자 2017년 4월 주식을 공짜로 줬다.

검찰은 주식을 팔아 각각 20억원 이상 남긴 정형외과 의사 2명도 배임수재·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이 대표 등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들이 2012년 7월부터 식약처 의약품 심사부서 공무원에게 자문 대가로 17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하는 한편 퇴직 이후에는 2천200만원 상당의 자문계약을 맺은 사실을 확인해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회장은 이밖에 2015년 1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 주식을 차명으로 거래하면서 77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구입해 양도소득세를 피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인보사 개발 초기 코오롱티슈진 지분을 대거 확보한 뒤 상장 이후 차명주식 15만8천여주(약 382억원 상당)를 처분한 사실도 적발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 이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실무진에게 모두 맡겼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일련의 혐의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오해를 극복하고 검찰과 입장 차이를 소명할 수 있도록 향후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미국에 머무르면서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노문종(52) 대표 등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형사사법 공조를 통해 신병확보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 내 연구원들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