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입항 선원 중 60∼70% 러시아 선원, 러 출항 검역 부실도 요인 항만 관계자 "러시아 정부에 검역강화 공식 요청해야" 지적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외국 선박 중 유독 러시아 선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러시아 선박 3척에서 16일 현재까지 모두 2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달 22일 러시아 냉동운반선인 아이스스트림호(3천933t)와 아이스크리스탈호(3천970t)에서 총 19명, 이번 달 14일 러시아 선원이 탄 투발루 선적 카이로스호(499t)에서 1명에 이어 이틀 만인 16일 러시아 원양어선 레귤호(REGUL·825t)에서도 3명이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배 3척은 모두 감천항에 하역작업이나 수리를 위해 입항했다가 하선 요청 등에 따른 검역 과정에서 확진자로 판명됐다.
검역 당국은 지난달 아이스스트림호 집단감염 사례가 나오자 뒤늦게 러시아를 코로나19 고위험 대상국으로 지정해 이달 1일부터 러시아 선박에 대해 전자 검역이 아닌 승선 검역을 하고 있는데도 선원 확진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감천항에는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중국 등 다국적 선박이 입항해있지만 유독 러시아 선원이 탄 배에서만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재 러시아 내 확진자 수는 74만여 명으로 미국(349만여명), 브라질(196만여명), 인도(93만여명)에 이어 세계 4위다.
문제는 감천항 입항 하루 평균 1천여 명 선원 중 러시아 선원이 60∼80%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 러시아 선원 확진자가 더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검역 당국은 선원 3명이 확진된 레귤호 외에도 일부 선원이 발열 증상을 보인 다른 러시아 선박 2척에 대해서도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감천항에는 러시아,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중국 등 총 65척의 외국 선박이 정박해 있다.
이중 러시아 선박은 절반에 가까운 28척에 이른다.
선적은 파나마나 투발루 등이지만 선주와 선원이 러시아 국적인 편의치적선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러시아 선박은 더 많다.
특히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러시아 현지에서 선원들이 출항할 때부터 검역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 항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22일 부산 감천항에서 선원 집단 감염이 발생한 아이스스트림호 선장이 앞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선해 확진된 사실도 우리 정부에 통보해주지 않는 등 국제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감염병예방법과 해사노동협약 등 국제관례에 따라 러시아 선원 확진자 치료비를 전액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부산의료원에서 코로나 치료를 받고 퇴원한 러시아 선원은 19명에 이른다.
이들 한 명당 들어간 입원·치료비는 1천만원에 달한다.
러시아 선원 확진자가 감천항에서 연이어 발생하자 항만 주변에서는 러시아 현지에서 의심 증상이 있는 선원들이 국내로 공짜 치료를 받으러 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도 나오는 실정이다.
감천항 상주기관 한 관계자는 "러시아 선원들이 코로나 치료를 잘 해주는 부산으로 가자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며 "인도적 차원에서 치료를 해주는 것은 이해되지만 우리 정부가 호구도 아니고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정부가 러시아에 출항 전 철저한 검역을 공식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