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장르보다 기준치 높아져"…CJ ENM 등 한계론도
트렌드 변화와 플랫폼 다변화에 힘 잃은 장르극
장르극 명가를 자부하는 OCN의 최근 연이은 부진은 장르극 자체의 침체로 확산했다.

터널에서의 타임워프, 소머즈도 울고 갈 청력을 가진 여형사, 사이코메트리, 엑소시즘까지 기막힌 소재로 시청자를 즐겁게 해준 장르극이지만 최근 안방극장에서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가끔 한둘 나온다 해도 흥행이 쉽지 않다.

대표적으로 OCN의 경우 2017년 '터널'부터 이듬해 '손 더 게스트', '라이프 온 마스' 등 연달아 히트작을 내면서 강력한 팬덤을 등에 업고 전성기를 맞았지만 이후에는 '보이스' 시리즈 정도를 제외하면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타인의 지옥이다'처럼 간간이 화제성을 얻은 작품은 있었으나 이전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트렌드 변화와 플랫폼 다변화에 힘 잃은 장르극
다른 채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KBS 2TV '닥터 프리즈너'와 MBC TV '검법남녀' 시리즈, SBS TV '아무도 모른다' 등은 배우들의 열연이나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소소한 호응을 얻었지만 그 외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본 어게인', '99억의 여자', MBC TV '더 게임: 0시를 향하여' 등은 성적을 거론하기조차 민망한 모습으로 퇴장했다.

방영 중인 JTBC '모범형사' 등도 아직 큰 반향을 부르지는 못하고 있다.

하반기 예고된 tvN '비밀의숲' 시즌2 정도가 기대를 모은다.

이에 최근에는 로맨틱코미디나 가족극 등이 주를 이루는 모습이다.

이처럼 한동안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던 장르극이 힘을 잃은 원인으로는 크게 트렌드와 변화와 플랫폼 다변화에 따른 기대치 상승 등이 꼽힌다.

박지종 대중문화평론가는 16일 "유행은 변한다.

한동안은 장르극이 인기를 끌다가 이제는 복합적인 장르로 넘어왔다"며 "최근에는 예전의 작법에서 소재만 좀 바꾸는 형태, 그리고 표현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장르극이 처음 나왔을 때는 드물어서 신선했지만, 이제는 여러 방송국에서 선보여 식상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완성도가 아주 높지 않으면 주목받기 어려워진 환경이 됐다"고 짚었다.

넷플릭스 등이 기성 채널에서 연출하기 어려운 부분을 과감히 담아내는 등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 경쟁이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많다.

박 평론가는 "플랫폼 다변화로 표현의 수위가 확대하면서 기성 채널은 장르극보다 예전의 잘했던 부분으로 회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으로 최근 OCN뿐만 아니라 tvN까지 장르극에 강했던 CJ ENM 계열의 부진도 설명할 수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겸 드라마평론가는 "OCN 채널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다른 채널과 차별화된 소재와 연출에서 오는 '오리지널리티'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기 때문에 나온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tvN 역시 기존 드라마 문법에서 벗어난 것들을 많이 개발했지만 최근에는 식상한 구성방식을 노출한다.

자기복제가 결국 한계에 부딪히게 된 근본 원인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하 평론가도 "워낙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기획이 쏟아지다 보니 tvN, OCN도 기존 방송사 중 하나같은 느낌이 돼 화제성이 떨어진 것 같다"고 공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