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홍콩의 언론·집회 자유를 제한한 중국 당국자와 이들의 거래 은행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한 ‘홍콩자치법’에도 서명했다. 중국은 즉각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해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내 특별지위 박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홍콩 특별지위 박탈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며 “홍콩은 이제 중국 본토와 똑같이 취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콩에 대해 “어떤 특권도, 어떤 경제적 (특별)대우도, 어떤 민감한 기술 수출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홍콩 中 본토와 똑같이 대할 것…어떤 특혜도 없다"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미국의 국가안보·외교·경제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면서 홍콩에 대한 특혜 폐지 조치를 15일 안에 취하라고 관련 기관에 지시했다. 미국은 그동안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한 도시’로 간주해 첨단기술 수출 허용, 홍콩 여권 소지자 우대, 풀브라이트 장학금(국무부 장학금) 제공, 범죄인 인도협정, 홍콩 경찰에 대한 미국 내 교육훈련 등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홍콩을 ‘중국 여러 도시 중 하나’로 취급해 이런 혜택을 뺏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홍콩 민주화를 위협하는 인사에 대한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홍콩 난민 수용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 등도 행정명령에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지난 1~2일 상·하원을 통과한 홍콩자치법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은 홍콩의 자유를 말살시키는 데 관여한 개인과 기관의 책임을 묻는 강력한 새 수단을 행정부에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홍콩보안법을 처리한 지난 5월 29일 미 행정부에 홍콩 특별지위 박탈 절차를 시작하도록 지시했다. 그로부터 한 달 반 만에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관련 행정절차를 마쳤다.

이번 조치로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홍콩은 더 이상 자유시장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홍콩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강력반발

미·중 갈등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홍콩은 대만과 함께 중국에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한계선)’이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과 홍콩자치법안 서명 기자회견 직후인 15일 성명을 내 “국제법을 심각히 위반한 것으로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 때리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어떤 이도 지난 20~25년간 중국처럼 우리를 벗겨 먹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서도 재차 중국 책임론을 부각했다.

미국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강경 대응으로 돌아섰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콘퍼런스에서 중국해양석유공사 등 남중국해에서 활동하는 중국 국영기업을 “현대판 동인도회사”라고 비난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확대를 위해 국영기업을 앞세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된 중국 당국자와 기업을 제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도 남중국해에서 우군 확보에 나섰다. 인민일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잇따라 통화해 코로나19 대응,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