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시중 유동성이 사상 최대폭으로 늘었다. 불어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 등으로 흘러가면서 집값 과열을 불러오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5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통화량(M2·평잔)은 3053조9267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35조3716억원 늘었다. 통계를 작성한 1986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최대 증가폭이다.

집값 불쏘시개 됐나…유동성 증가폭 사상 최대
작년 5월과 비교한 통화량 증가율은 9.9%로 2009년 10월(10.5%) 후 10년7개월 만의 최고치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보유 주체별로는 가계가 보유한 통화량이 1559조5905억원, 기업 보유 통화량이 856조6338억원이었다. 전달에 비해 각각 15조763억원, 14조6038억원 증가했다. 가계 통화량이 기업보다 더 늘어나 2008년 3월(15조2961억원) 후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통화량 가운데 현금과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 등 단기 금융상품을 합친 단기자금의 잔액은 5월 말(계절조정계열 월말 잔액 기준) 1166조8033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39조9454억원 늘었다.

시중 유동성이 크게 불어난 것은 한은이 올초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해 사상 최저인 연 0.5%까지 끌어내린 영향이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동성을 축적하려는 가계·기업의 움직임도 유동성 증가로 이어졌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부동산금융은 지난해 말에 비해 2% 증가한 2105조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100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금융은 금융회사의 부동산 대출·보증, 기업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입금, 부동산 펀드·자산유동화증권(ABS),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합친 것을 말한다.

불어난 유동성과 부동산금융은 집값 상승을 이끄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2509만원으로 지난해 12월(8억5951만원)에 비해 7.6% 올랐다.

시중 유동성은 주식시장에도 상당 부분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23~24일 SK바이오팜 공모를 위한 일반 청약 과정에서 31조원 규모의 청약증거금이 몰린 것을 비롯해 공모주 청약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