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 : 신화와 과학, 문명 오디세이 = 브루스 왓슨 지음, 이수영 옮김. 신화와 경전에서 예술과 문학 작품, 과학 논문과 실험 자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통찰과 상상력이 미치는 모든 곳에서 살펴본 빛의 이야기다.
소크라테스 이전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시작된 빛에 대한 질문은 에우클레이데스, 프톨레마이오스의 탐구와 실험으로 이어졌고 훗날 11세기 아라비아의 과학자 이븐 알 하이삼의 광학을 거쳐 케플러, 데카르트, 갈릴레오, 뉴턴에게 영향을 미쳤다.
빛의 속도에 관한 이론으로 뉴턴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아인슈타인도 닐스 보어의 도전에 결정적인 반박을 내놓지 못했다.
빛에 대한 갈망과 질문은 오늘날까지도 과학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리스 신전의 숭고한 빛은 암흑시대 중세 고딕 성당과 이슬람 세계 모스크의 첨탑에서 재구현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래 빛은 그림자와 원근법을 대동해 렘브란트와 모네, 고흐, 터너의 화폭에 가득 담겼으며 음악으로 빛을 표현하는 노력은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바이런과 키츠, 블레이크의 황홀한 내면세계의 자유와 일렁이는 감성은 실증주의와 계몽주의를 '간섭하는 지성'으로 몰아세웠고 그들이 열어젖힌 낭만주의 시대는 또다시 매혹적이고 웅장한 빛의 협주를 시작했다.
빛의 과학은 마침내 현대 문명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렸다.
마술과도 같은 사진과 영화는 파리 시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고 야경꾼과 자경단을 몰아낸 백열전구와 가로등은 뉴욕과 런던, 암스테르담의 거리를 환하게 비췄다.
오늘날 베를린과 시카고, 리옹, 상하이, 뭄바이, 미얀마에서 열리는 빛의 축제는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임시직 타자수, 바텐더, 공장 노동자, 교사 등 갖가지 직업을 거친 언론인이자 역사가인 저자는 "빛은 영원하므로 빛에는 끝이 없다.
광자는 다른 아원자 입자들과는 달리 질량이 없기에 부패하지 않는다.
신이 만들었든 무심한 우주가 만들었든, 천지창조 최초의 광자들은 여전히 우주 어딘가에 존재한다.
빛에 대한 숭배 역시 언제까지나 이어지리라"라고 썼다.
삼천리. 345쪽. 2만5천원.
▲ 창조력 코드 =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박유진 옮김. 많은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은 인공지능이 창조의 영역에서도 능력을 발휘하게 될 수 있을지, 기계가 만든 예술 작품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게 될지, 그렇다면 창조력의 본질은 무엇인지 등에 관한 질문의 해답을 구한다.
기존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발전해 나가는 기계는 이미 창조적인 능력을 보여줬다.
이세돌과의 바둑 대국에서 알파고가 보여준 창조적인 수가 대표적인 예다.
인공지능 작곡가인 '에미'가 발표한 쇼팽 풍 곡은 음악 전문가를 충격에 빠트릴 정도였고 기계 학습을 통해 문학 창작에 도전하는 '보트닉'의 새 소설은 '해리 포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의 초상화는 사소한 붓 자국의 비일관성을 지적받았을 뿐 렘브란트의 부활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저자는 "예술의 영역이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일"이라는 독일 화가 파울 클레의 말을 인용하며 기계가 독자적인 의식을 얻기 전까지는 기계의 창조력이란 인간의 창조력을 확장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언젠가 의식을 가진 기계가 등장한다고 해도 그들의 의식은 우리의 것과 사뭇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혹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게 된다면 인류의 운명은 인간과 의식 있는 기계가 서로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며 우리가 기계의 코드를 풀고 기계의 기분을 느껴 보려면 결국 기계의 그림, 곡, 소설, 수학 지식 같은 창조적 결과물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이자 영국 왕립학회 회원인 저자는 2008년 리처드 도킨스의 뒤를 이어 과학대중화사업의 책임을 맡아 시모니 석좌교수로 부임했으며 과학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북라이프. 464쪽. 2만원.
▲ 영웅의 여정 = 조지프 캠벨 지음, 박중서 옮김. 미국의 세계적인 신화종교학자이자 비교신화학자인 조지프 캠벨(1904~1987)의 주요 강연과 인터뷰를 엮은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책으로 재구성했다.
어린 시절부터 북미 대륙 원주민 신화와 아서왕의 전설과 같이 전혀 다른 문화권 속 신화들의 유사함을 발견했던 저자는 전 세계의 신화를 탐구하며 각각의 이야기들에서 공통의 서사 구조를 추출한다.
'태어남-부름-모험-역경-귀환'으로 요약되는 이 테마를 저자는 '영웅의 여정'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소개했다.
저자는 이와 더불어 '영웅의 여정' 테마가 신화 속에 박제된 이야기가 아니라 뭇사람들의 삶 안에서도 전개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신화'와 '삶'을 연결한다.
이 책에서는 개인적인 체험과 삶의 태도에 관해서도 이야기함으로써 그 자신의 삶 역시 이러한 '영웅의 여정' 모델이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 안무가 마사 그레이엄, 시인 로버트 블라이, 인류학자 바버라 마이어호프와 고고학자 마리야 김부타스,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 록 밴드 그레이트풀데드 등이 그의 메시지로 인해 자신의 삶과 작품에 깃든 신화적 차원에 관한 깨우침을 얻는 모습도 함께 소개한다.
할리우드 스타 데미 무어(사진)가 63세 나이로 생애 첫 아카데미 트로피를 노렸지만, 끝내 오스카의 높은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영화 '아노라'의 주연배우 마이키 매디슨(25)이 유력한 수상 후보였던 데미 무어를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무어는 지난해 영화 ‘서브스턴스’에서 젊음을 되돌려준다는 어둠의 약물에 손을 대면서 파멸에 이르는 여배우 엘리자베스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지난 1월 '아카데미 가늠자'로 여겨지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배우 인생 첫 여우주연상을 거머줬다.그는 ‘사랑과 영혼’(1990), ‘어 퓨 굿맨’(1992), ‘G.I. 제인’(1997) 등 여러 히트작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연기보다는 이혼, 열애 등 개인사로 주목받는 일이 많았다. 미국 영화계에선 그를 가벼운 상업영화에 주로 출연하는 ‘팝콘 배우’라 칭할 정도였다.서브스턴스는 그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엔 미국 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 SAG)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 수상자로도 호명됐다.이번 오스카상 역시 무어가 받을 것이란 예측이 우세했다. 이에 현지에선 '이변'이란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월 데미 무어가 골든글로브에서 수상 소감을 밝힌 이래로 오스카상은 이 60대 베테랑 여배우에게 갈 것으로 예상됐다"며 "상을 받은 매디슨도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매디슨의 수상은 다소 충격적"이라
“나는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첫 도미니카 출신 미국인입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을 거란 것도 알아요.”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조이 살다나가 수상 소감으로 던진 말이다. “나는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다”는 그는 “1961년 미국으로 이민 온 우리 할머니는 스페인어로 노래하고 연설하는 역할로 상을 받는 나의 모습을 정말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했다. 생애 첫 오스카상을 거머쥔 자리에서 이런 수상소감을 밝힌 이유가 무엇일까.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는 다양성이 짙은 영화다. 프랑스와 멕시코가 합작한 스페인어 뮤지컬 영화로 할리우드 주류 영화 스타일과는 조금 거리감이 있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두목이 성전환 수술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엔 트랜스젠더 배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살다나는 영화에서 주인공의 성전환을 돕는 변호사 역을 맡아 수준급의 연기를 펼쳤다.살다나의 소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원칙을 없애고 반(反) 이민정책을 강조하는 데다, 성소수자 권리도 제한하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트럼프의 정책 기조와 대척점에 있는 영화란 점에서 살다나가 직접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배경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글로벌 영화 산업의 본산인 할리우드는 미국 내에서 트럼프에 반감을 드러내는 가장 대표적인 집단 중 하나다. 배우 멜 깁슨이나
“And the Oscar goes to…Anora!”(오스카상의 영광은 아노라에게 갑니다!)신데렐라가 탄생했다. 극장가를 달군 걸작들의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과 달리 올해 오스카는 '아노라'의 독무대였다. 제작비 600만 달러의 독립영화가 할리우드 대작 틈바구니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등 5관왕에 올랐다. 감독상을 거머쥔 숀 베이커 감독은 “인디(독립)영화는 오래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며 성공을 자축했다.아노라는 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여우주연상·각본상·편집상을 받았다. 남우조연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5개 상을 싹쓸이하며 최다 수상작이 됐다.다양성 품은 인디영화, ‘오스카 코드’ 통했다당초 영화계에선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와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브래디 코베 감독의 '브루탈리스트'가 최다 수상작을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봤다. 아노라는 지난해 칸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오스카 전초전인 지난 1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선 두 작품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관에 그쳤다.그러나 최근 브루탈리스트가 촬영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고, 에밀리아 페레즈는 주연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과거 SNS에 인종·종교 차별적 발언을 한 이력이 드러나 구설에 오르며 오스카 레이스에 반전이 생겼다.브루탈리스트의 경우 헝가리어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의 발음 교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AI 기술을 활용했다지만, 할리우드는 AI를 두고 배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