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싸움' 시민 따가운 눈총에 "어쩔 수 없이 내분 봉합" 지적
다수당 민주당 이미지 크게 실추·시의회 내부갈등 해결 등 과제
진통 끝 후반기 의장 선출했지만…대전시의회 큰 타격
13일에도 대전시의회가 2차 투표까지 가는 연이은 진통 끝에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후반기 의장으로 합의 추대키로 했던 권중순 의원을 결국 선출했다.

권 의원은 재석 의원 22명(민주당 21명) 중 과반을 2표 넘긴 13표를 얻어 가까스로 의장 임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지난 3일 진행된 의장 선거에 이어 이날 1차 투표에서도 찬성과 무효가 각각 11표로 같았던 점을 고려하면 시의회가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도 '감투싸움'에만 몰두한다는 계속되는 시민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가기 위해 일단은 '어쩔 수 없이' 내분을 봉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표면적인 '내분 봉합'인 만큼 앞으로 시의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권 의원은 의장으로 당선되기는 했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고, 다수당인 민주당 내부 갈등이 의회 파행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시의회도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이번 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 파행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7월 전반기 의장단 선출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총회를 열고 김종천 의원을 전반기 의장으로, 권중순 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합의 추대하기로 했다.

또 전반기에 부의장이나 상임위원장 등 보직을 맡은 의원은 후반기에는 맡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 합의는 2년 만에 뒤집어졌다.

전반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 '권중순 불가론'이 제기된 것이다.

권 의원이 동료 의원과 소통 하지 않고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는 만큼 '제3의 인물'을 추대하자는 주장이었다.

때문에 시의회는 의원총회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당론파'와 개인 소신대로 투표하자는 '비당론파'로 나뉘어 갈등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근본적인 갈등의 이유는 후반기 보직을 놓고 벌인 '자리싸움'이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결국 지난 3일 진행된 의장 선거에서 권 의원은 두 차례 투표에도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민주당 내 비당론파가 권 의원에게 무효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진통 끝 후반기 의장 선출했지만…대전시의회 큰 타격
의장 선출이 무산되자 권 의원은 '시의회에서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고, 일부 의원들은 시의회 1층에서 일주일 동안 '당론 준수'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의원총회 결과를 준수하라며 의원들을 압박했고, 권 의원은 '제도권 안에서 의회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철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의장 선거에 다시 도전한 권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도 2차 투표까지 간 끝에 재석 의원 22명 중 찬성 13표를 얻어 의장으로 선출됐다.

1차 투표에서 찬성 11표를 얻는 데 그쳤으나 약 30분 뒤 진행된 2차 투표에서 1표를 더 얻어 가까스로 의장에 당선됐다.

'출마→무산→사퇴→철회→재출마'의 과정을 겪으며 어렵사리 의장에 당선됐지만,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권중순 의장이 이끄는 후반기 시의회는 의장 선출 문제로 갈라진 시의회 정상화라는 시급한 과제부터 안고 출범하게 됐다.

갈등 관계를 반영하듯 이날 진행된 부의장 선거에서는 미래통합당 우애자 의원이 8표를 얻었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최소 7명은 같은 당 조성칠 의원이 아닌 통합당 우 의원을 지지한 셈이다.

김정동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게 의회의 역할인데, 대전시의회는 내부갈등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시의회와 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원구성 과정에서의 파행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