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서 본격적인 WTO 사무총장 선거 운동 시작
16일 오후 WTO 일반이사회서 정견 발표 예정
"저의 이번 선거 슬로건은 좀 더 시기적절하고(relevant) 회복력 있으며(resilient) 대응력을 갖춘(responsive) 세계무역기구(WTO)를 만들겠다는 의미의 '3R'입니다.

"
차기 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연합뉴스 특파원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긴 시간 비행에 지칠 법도 했지만, 다양한 선거 운동 시나리오와 회원국의 표심을 공략할 전략을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밝은 표정을 보였다.

그러면서 선거 전략을 묻는 말에 3R을 제시했다.

유 본부장은 WTO가 출범 당시와 크게 달라진 작금의 교역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21세기에 걸맞은 변혁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WTO가 출범하던 1995년 당시에는 휴대전화나 전자 상거래가 없었다"며 "그때의 통상 규범과 25년이 지난 지금의 실제 교역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쟁 해결 같은 WTO의 주요 기능을 현재 시점에 적절하도록 개혁하고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이어 세계 각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WTO가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의 역량을 강화하고 회복을 지원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한국이 고속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환경친화적 성장 등이 중요시된 것처럼 세계 무역에서도 개도국이나 최빈국을 포용하지 않으면 반세계화 같은 역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통상 협정에 반영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WTO가 무역 기구로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 본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WTO를 기민하게 대응하는 기구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나타냈다.

그는 "코로나19 같은 위기에는 각국이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한다"면서 "이럴 때 WTO가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상 상황은 있을 수 있고 교역의 흐름이 끊길 수는 있어도 상품과 서비스,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기본 원칙은 유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 같은 비전을 제네바에 머무는 동안 각국 대표들을 만나 알리고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일정 중에는 WTO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진행하는 후보자 정견 발표도 포함돼 있다.

이번 선거에는 유 본부장을 비롯해 나이지리아와 영국 등 8개국에서 8명이 출마했으며, 이들은 15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일반이사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받을 예정이다.

유 본부장의 발표일은 후보 등록 순서에 따라 16일 오후가 될 전망이다.

다만 9월 7일까지 진행되는 선거 운동 기간 유 본부장에게 있어 일본의 대응은 주시해야 할 대상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은 그가 지난달 24일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선거에서 일본 정부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힘을 합쳐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미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 본부장은 "현재 세계 경제는 코로나19로 불확실한 상황이고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라면서 "일본도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는 WTO의 개혁을 이끌고 다자 체제를 복원할 자질과 능력을 지닌 사람을 사무총장으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으로 여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네바에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은 국가와 그룹, 사람을 만날 계획"이라면서 "일주일로 부족하면 며칠 더 머물면서 내 전문성과 경험, 능력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