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연구진 조사, 729종 야생생물 서식 확인…가능성 제기
생태계 보물창고 제주 하논분화구 "습지보호지역 지정 충분"
세계적으로 희귀한 마르형 분화구이며 생태계의 보고인 제주 하논분화구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한다는 전문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제주대학교 연구진은 하논분화구에 원시적 생물 서식 환경이 있고 총 729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등 생물 다양성이 분포해 습지보호지역 지정 기준에 적합하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논분화구에는 식물 95과 320 분류군, 포유류 4과 4종, 조류 25과 49종, 양서류 및 파충류 6과 7종, 담수어류 3과 5종, 육상 곤충 100종, 저서성 무척추동물 38종, 동물플랑크톤 32종, 식물플랑크톤 174 분류군 등 총 729종이 서식하거나 도래하고 있다.

제주대 연구진은 현지 조사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물고사리, 삼백초 2종, 매 등을 확인했다.

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새매, 흑두루미,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두견이 등을 발견했다.

이밖에 문헌상으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잿빛개구리, 큰말똥가리 등을 확인했다.

습지보호지역은 습지보전법에 따라 국가나 시·도가 특별히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지정하는 곳이다.

제주대 연구진은 제주도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하논 분화구 습지 주변 생태계 조사를 시행했다.

하논분화구는 한반도에서 유일한 마르형 분화구이다.

마르형 분화구는 지표면 위로 용암이 솟아오르면서 폭발하는 일반적인 화산 폭발과 다르게 지표면 아래 지하수층에서 화산폭발이 이뤄지고 난 뒤 땅속 가스와 쇄설물이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지표면이 가라앉은 형태로 만들어진 화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화산체인 제주 오름이 화산폭발로 봉긋 솟아오른 형태지만 하논은 지표면이 평평하게 가라앉은 형태의 오름이다.

하논은 동서 방향 1.8km, 남북방향 1.3km의 타원형 화산체로 3만∼7만6000년 이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하논 분화구의 마르형 퇴적층이 1천년에 걸쳐 매년 30~40㎝씩 쌓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2년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는 마르형 분화구인 하논의 학술 가치를 인정해 복원·보전 사업 추진을 당부했다.

현재 하논은 많은 토지주가 소유하고 있으며 농사용으로 쓰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