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내 청춘 잘한 것도 없는데…요놈의 숫자가 따라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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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차영의 유행가 '시대의 하모니'
(21) 김성환의 묻지 마세요
이소라 작사·이충재 작곡·2014 발표
(21) 김성환의 묻지 마세요
이소라 작사·이충재 작곡·2014 발표

‘묻지 마세요 물어보지 마세요/내 나이 묻지 마세요/흘러간 내 청춘 잘한 것도 없는데/요놈의 숫자가 따라오네요/여기까지 왔는데 앞만 보고 왔는데/지나간 세월에 서러운 눈물/서산 넘어가는 청춘 너 가는 줄 몰랐구나/세월아 가지를 말어라.’(가사 일부)
인생은 이별의 종착역을 향해 흘러가는 배다. 누가 예외일 수 있으랴. 사람들은 살아낸 자신의 뒤안길을 운명으로 여긴다. 운명(運命)이란 단어를 풀어보면, 차(車)가 덮개(·덮을 멱)를 덮고 천천히 굴러간다(·천천히 굴러갈 착)는 의미다. 숙명(宿命)은 어떤가. 구멍(穴·구멍 혈) 속에 사람(人·사람 인) 100(百)명이 빽빽하게 들어차서 꼼짝도 못한다는 뜻. 한마디로 꼼짝 마라다. 운명과 숙명을 합치면 신명(神命)이다. 그러니 사람인 내가 사람인 너에게 물어볼 일이 무엇일까. 대답은 물어보나 마나이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방랑시인 김삿갓의 이별시와도 감흥의 줄이 닿는다. 본 이름이 김병연(1807~1863, 양주 태생)인 그는 강원 영월에 피신해 살던 중 백일장에서 장원(壯元)을 했다. 이때 시제가 ‘논정가산충절사 탄김익순죄통우천(論鄭嘉山忠節死 嘆金益淳罪通于天)’, 정가산의 충절을 논하고 김익순의 죄를 하늘이 울 만큼 서설하라는 것이었다. 일필휘지의 답설(答說)로 장원을 한 뒤 귀가한 그는 어머니로부터 김익순(1764~1812)이 조부임을 알게 된다. 이후 조상을 모독한 죄책감으로 35년여 세월을 유랑하다가 전남 화순 동복에서 객사했다. 그가 대동강 근처를 지날 때 우연히 정을 나눈 죽향(竹香)이라는 여인네와의 이별시는 인생무상의 감흥을 더한다. 앞의 것이 여인네의 시, 뒤에 있는 게 김삿갓의 답시다.
‘대동강에서 정든 임과 이별하는데/천만가닥 수양버들 잡아매지 못하네/눈물 어린 눈으로 눈물 머금은 눈을 바라보니/임도 애가 타는지 나도 애가 타서 견딜 수 없네.’
‘푸른 새는 강물 속을 드나들며 정답게 노닐고/난간에서 바라본 맑게 갠 경치는 너무도 아름답구나/멀리 임 보내는 시름은 북쪽 산에 어리고/멀리 떠나간 길에 오직 강물은 동쪽으로 흐르네.’

유차영 < 한국콜마 전무·여주아카데미 운영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