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그제 나스닥에서 시가총액 2072억달러(약 248조원)로 세계 자동차기업 중 시총 1위에 올랐다. 2위로 밀려난 일본 도요타 생산능력의 3.5%에 불과하지만 기업가치에서 전기차·전통차를 통틀어 최고로 평가받은 것이다.

설립 17년밖에 안 된 회사가 최선봉에 선 것 자체가 글로벌 산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 아마존 구글 등 플랫폼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가운데 제조기업의 위상을 지킨 점은 ‘제조강국’ 한국에는 위안이기도 하다.

테슬라의 성공은 세상에 없던 길을 개척한 데 따른 보상이다. 테슬라는 설립 후 2018년까지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작년 하반기에 겨우 흑자를 기록했을 뿐이다. 그간 배터리 기술개발과 충전 인프라 투자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가 이제야 빛을 본 것이다.

신(新)시장을 향한 도전이 반전의 계기다. 올 들어 중국 상하이 공장을 짓고 보급형 ‘모델3’를 양산하면서 실적이 급상승했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혁신성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 자동차시장은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 말마따나 “100년에 한 번 오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기차·자율주행차·도심항공(UAM) 등 모빌리티 혁명의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것이다. 굴지의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뛰어들어 한순간의 방심도 용납지 않는다. 기업을 넘어 국가의 미래까지 좌우할 수 있다.

현대차도 2025년 연 100만 대의 전기차 양산 청사진을 발표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과 회동한 것도 배터리의 안정적 소싱을 위한 노력이다. 초격차 기술 개발, 모빌리티 전략 등 숙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 자동차업계는 전통적 기업운영의 틀에 갇혀선 안 된다. 공장가동, 생산방식, 심지어 온라인 판매까지 노조의 ‘승낙’을 받는 식으로는 미래가 없다. 근로자와 함께 가되, 테슬라 같은 파괴적 혁신과 과감한 도전을 따라잡아야 한다. 잠깐 조는 순간, 천 길 낭떠러지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