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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 막혀 못살겠다"…홍콩 인력·자본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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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헤어져 다른 나라로 떠난다는 건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숨이 막혀서 더 이상 못 살겠다.”

    홍콩 내 반중(反中) 활동을 감시·처벌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본격 시행된 지난 1일. 영어 교사 출신 캐시 홍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영국 이민을 희망하고 있다. 더 이상 중국의 억압을 견딜 수 없어서다. 이날 홍콩에선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를 벌이던 시민 370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 중엔 15세 소녀와 민주파 의원들도 있었다.

    ○모두 떠나려 한다

    홍콩에서 글로벌 금융자본과 인력이 빠져나가는 ‘헥시트’(홍콩+엑시트)가 현실화하고 있다. FT는 홍콩 내 이민 컨설팅 회사에 상담 신청이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컨설팅 업체에는 지난 5월에만 800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작년 최고 기록(월 400건)의 두 배 수준이다. 홍콩 정부는 국외 이민 통계를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자 발급과 입양 신청에 쓰이는 범죄경력증명서 발급건수는 지난해 3만3000건으로 전년 대비 40% 급증했다.

    홍콩에 ‘이민 물결’이 일어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9년 중국 천안문 사태, 1997년 영국의 홍콩 주권반환, 2014년 민주화 운동인 우산혁명 등 사회적 불안감이 증폭될 때마다 홍콩을 떠나려는 사람이 속출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이민 컨설팅 업체 언렉스의 창립자 앤드류 로는 “1989년에는 중국 정부의 재산권 침해를 우려한 부유층이 이민을 고민했다”며 “지금은 서민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이민을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홍콩에서 이탈한 인력을 흡수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이 영국에서 5년간 거주하고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이민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5년 뒤에는 정착 지위를 부여하고 다시 12개월 후에 시민권 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26일 중국 정부로부터 감금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 사이먼 정의 정치적 망명을 승인하기도 했다.

    일본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예컨대 일본은 정보기술(IT) 분야의 첨단 사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의 일본 체류 허용 기간을 결정할 때 가산점을 주는 특례를 두고 있는데, 금융 분야 인재에게도 특례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아울러 영주권 취득에 필요한 일본 체류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

    인력뿐 아니라 자본 이탈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홍콩보안법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이 그동안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 대우를 박탈하고 있끼 때문이다. 미 정부는 지난달 29일 수출 허가 예외 등 일부 특혜 조항을 없애기로 했다. 국방 물자 수출 중단, 첨단 제품에 대한 홍콩의 접근 제한 등 제재 조치도 발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일 “홍콩은 이제 중국 공산당 치하의 한 도시일뿐”이라며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끝내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계속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자본 유출은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미 해외로 돈을 빼돌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FT는 보도했다. 유튜브에는 해외 계좌를 계설하거나 온라인 증권사로부터 미국 증권을 사들이는 방법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싱가포르로 빠져나가는 돈도 많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4월 집계된 싱가포르 외화예금은 62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4% 급증했다.

    홍콩을 떠나는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본은 홍콩에서 빠져나온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 감면, 임대료 할인 등을 검토중이다. 싱가포르는 올해 초 외국 헤지펀드를 유치하기 위해 조세피난처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한 개방형 투자 회사(VCC)를 법제화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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