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나전칠기 전세계 20여점…온전한 나전합은 3점뿐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난해 12월 일본서 구매
온전한 형태로는 전 세계에 3점밖에 없는 고려 시대 나전합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고려 시대 예술을 대표하는 나전칠기 유물인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을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들여왔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환수한 나전합은 길이 10㎝ 정도에 무게가 50g으로 작고 가볍지만 고려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아주 작게 오린 나전을 뚜껑과 몸체에 빼곡하게 배치해 국화와 넝쿨무늬를 유려하게 표현했다.

뚜껑 중앙에 있는 큰 꽃무늬와 국화 꽃술에는 고려 나전칠기를 대표하는 특징인 대모복채법(玳瑁伏彩法)이 사용됐고, 뚜껑 테두리는 연주문(連珠文)으로 촘촘히 장식됐다.

대모복채법은 바다거북의 등껍질인 대모를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판의 안쪽에 안료를 칠해 비쳐 보이게 하는 기법이며, 연주문은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듯 연결해 만든 문양을 말한다.

또 금속 선으로 넝쿨 줄기를 표현하고, 두 줄을 꼬아 외곽선을 장식하는 등 전체적으로 다양한 문양이 조화롭고 품격 있게 어우러져 있다.

이 나전합은 커다란 원형 합(모자합·母子盒) 속에 들어 있던 5개의 작은 합(자합·子盒) 중 하나다.

가운데 자합을 다른 자합 4개가 둘러싼 모습인데, 환수한 나전합은 바깥 4개 중 하나로 추정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고려 나전칠기는 청자, 불화와 함께 고려의 미의식을 대표하는 최고의 공예품으로 손꼽혀 왔다.

고려 중기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극히 정교하고(極精巧, 극정교)', '솜씨가 세밀하여 가히 귀하다(細密可貴, 세밀가귀)'라며 고려 나전칠기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현재 고려 나전칠기는 전 세계에 20여 점만 남아 있는데, 대부분 미국과 일본의 주요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에 온전한 고려 나천칠기가 단 2점 있었는데, 이번에 나전합 한 점이 추가되며 총 3점을 소장하게 됐다.

이번에 돌아온 나전합은 문화재청 위임을 받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본에 있는 개인 소장자로부터 지난해 12월 구매했다.

일본으로 건너간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고, 오래전부터 일본 내에서 전해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환수된 나전합과 모양이 동일한 고려 나전합은 전 세계에 3점 존재한다.

한 점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있고, 다른 하나는 일본 교토에 있는 사찰인 게이슌인(桂春院)에 소장돼 있다.

문화재청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그동안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심도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소장자와 협상해 이뤄낸 값진 성과"라며 "고려 나전칠기 생산국인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자합 형태 나전합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환수가 더욱더 뜻깊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재청은 유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제작방식과 사용 재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비교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올해 1∼3월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이번 유물에 대한 비파괴분석을 시행했다.

분석 결과 나전합은 전형적인 고려 나전칠기의 제작기법과 재료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나무로 몸체를 만든 뒤 그 위에 천을 바르고 옻칠을 했고, 판재 안쪽에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넣고 곡선형의 몸체를 만들었으며, 바닥 판과 상판을 만든 후 측벽을 붙여 몸체를 제작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나전합은 지난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나전칠기-천년을 이어온 빛'에서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환수된 나전합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관돼 올해 12월 22일부터 내년 3월 7일까지 개최되는 특별전 '고대의 빛깔, 옻칠'을 통해 다시 공개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