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AI 기업 '데이터 효과'를 극대화해야
지난해 10월 한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수아랩이 미국 기업 코그넥스에 매각됐다. 매각 금액은 2300억원이다. 수아랩은 제조업체의 자동 품질검사 솔루션, 즉 데이터 구축, 알고리즘 설계, 모델 학습 등 현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솔루션 제공 업체다. 아직은 콘볼루션 신경망 기술만으로, 제조업체의 품질 검사를 완전히 자동화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보완 자산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기업에 매각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AI 업체는 대부분 용역회사다. 업무를 파악하고,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개발해 제공하는 형태다. 이런 회사는 명성을 높여 고가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거나 수주를 지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된다. 단발성 계약으로 머물지 않도록 가입비형 수익 모델을 구축해야 장기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같은 콘볼루션 신경망을 사용한다고 해도 의료와 얼굴 인식 분야는 다를 수 있다. 서울 논현동에 있는 뷰노(VUNO)는 특정 병원의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한 AI 시스템을 공동으로 특허 출원하고 다른 병원에 재판매하는 모델을 개발해 병원이 수요자이자 공급자가 되는 플랫폼 모델을 구축했다. 경기 성남 판교에 있는 알체라는 얼굴 인식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인체 데이터를 주로 학습하는 뷰노와 알체라는 프로젝트 경험이 쌓이면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조직·제품·서비스·비즈니스 모델의 경쟁력과 가치가 커지는 ‘데이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성공적인 AI 기업은 단순히 사람을 흉내내는, 사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기업이 아니라 기계학습 엔진의 목표를 최적화 문제로 표현하고 실행해 그 최적화의 결과로 고객 가치를 높여주며, 그 과정에서 데이터 효과를 발생시켜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이다. 서울 삼성동에 있는 뤼이드는 딥러닝을 사용해 토익, SAT 등 사용자의 실력(점수)을 예측하는 오차를 최소화하고 문제풀이 결과에 따라 협업 필터링과 강화학습을 활용해 사용자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문제를 추천함으로써 목표 성적에 도달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많아 데이터가 쌓일수록 기계학습 엔진의 성능이 고도화되는 구조여서 데이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30년 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디지털 기업이 탄생하면서 ‘네트워크 효과’라는 개념이 경제학과 경영학에서 활발히 연구·논의됐다. 사용자가 늘면서 사용자 효용이 더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설명하는 동시에 3차 산업혁명의 핵심 원리가 됐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AI 기업의 대표적 원리는 데이터 효과다. 데이터를 원료로 AI 엔진을 가동하는 동시에 그 엔진의 성능을 계속 최적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 미래를 주도할 것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영국 런던의 딥마인드는 일반 인공지능(AGI)을 지향하고는 있으나 아직은 상업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뤼이드는 하나의 기계학습 엔진으로 여러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딥마인드보다 유망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뤼이드에도 과제는 있다. 데이터 효과를 발생시키는 기계학습 엔진 기반 AI 기업으로 출발해 어떻게 네트워크 효과를 내는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창업 초기인 1990년대부터 협업 필터링 엔진을 가동, 데이터 효과와 네트워크 효과를 동시에 발휘해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필자가 발견한 AI 기업 비즈니스 모델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데이터 효과로 최적화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계학습 엔진의 존재다. 이를 3차 산업혁명에서 나타난 네트워크 효과와 결합해 어떻게 플랫폼화할 것인가가 AI 기업 성장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