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660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0(총상금 7억원) 2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이소미가 10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소미(왼쪽부터) 지한솔 김효주 이소영이 티샷을 하고 있다.
"(조아연, 임희정, 박현경 등) 데뷔 동기들이 부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따라잡기 위해 쇼트게임만 하루에 5시간 넘게 연습했다."우승 기회를 잡은 '2년 차' 이소미(21)의 말이다. 26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660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0(총상금 7억원) 2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마쳤다. 이날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10언더파 134타. 공동 2위 그룹(김효주, 지한솔)에 1타 앞서 있다. 1라운드에서 노보기, 2라운드에서도 17번홀(파4)까지 노보기 행진을 이어오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보기를 한 것이 옥에 티였다. 이소미는 "노보기 목표가 깨져 아쉽지만, 남은 2개 라운드에서라도 보기 없는 플레이를 펼치고 싶다"고 했다.다음은 이소미와 일문일답.▶2라운드 경기 소감은.이번 시합 목표가 노보기였는데, 마지막 보기해서 아쉽다. 남은 라운드라도 보기 없이 경기하고 싶다. 오르막 뒤, 내리막을 생각하고 조금 짧게 쳤다. 디봇 자국이 있어서 거기까지만 공을 보낸다고 생각하고 쳤는데, 목표물 생각에 너무 많이 신경 써 실수한 것 같다.▶데뷔 동기(조아연, 임희정, 박현경 등)들이 앞서가는 것이 부럽지 않았나.동기들에 비해 퍼팅 실력이 많이 부족했었다. 퍼터 순위가 다른 세부 순위에 비해 많이 밑에 있었다. 쇼트게임이 전체적으로 부족했다. 18번홀 실수와 비슷한 실수를 많이 했다. 올해도 많았다. 앞서가는 동기들이 좋은 자극이 됐다. 안됐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내 장점을 살리다보면 우승은 언젠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특별한 훈련을 했나.우승만 없었지, 다른 건 나쁘지 않았다. 우승 목표로만 했다. 겨울 전지 훈련에서 라운드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쇼트게임 연습만 5시간 씩 했다.▶우승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느끼나.'곧 우승하겠다' 이런 생각은 잘 안든다. 목표를 그냥 우승으로 세울 뿐이다. 우승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톱10'에도 들지 못했다. 이전 대회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생각한다.▶해외투어 진출을 고려하고 있나.영어를 못해서 갈 수 있을까(웃음). 하지만, 한국투어 미국투어 일본투어 다 뛰고 싶은 게 내 목표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가고 싶다.▶우승상금을 탄다면.그게 내 통장으로 들어오면, 부모님 통장에 넣어드리는 게 꿈이었다. 부모님 통장으로 직접 돈 부쳐드리는 꿈 꼭 이루고 싶다.포천힐스CC=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프로골프 세계에서 캐디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선수만큼 중요한 존재다. 선수가 모든 것을 터놓고 의논할 유일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0에는 프로야구, 육상선수, 동료 골프선수 등 각양각색의 이력을 가진 이들이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지난해 열린 제6회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한 유해란(19)의 캐디백은 최희창 씨(45)가 메고 있다.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 선수로 활동했던 최씨는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최혜정(36)의 백을 메며 국내 프로골프 전문 캐디 1호로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서희경, 유소연(30), 양수진(29), 오지현(24), 조아연(20) 등이 믿고 맡긴 우승 전문 캐디로도 유명하다. 대회마다 주급을 받는 다른 이들과 달리 최씨는 선수와 1년 단위 계약을 맺는다.2라운드가 열린 26일 만난 그는 장수 캐디의 비결로 “야구를 하면서 다져진 체력과 같은 프로무대를 경험한 동료로서 선수를 배려하는 마음”이라며 “선수가 잘할 때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흔들리면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장하나(28)의 캐디 진성용 씨(45)는 육상 10종경기 국가대표 출신이다. 은퇴 후 대기업에 다니다가 프로골프 선수 트레이너를 거쳐 2011년부터 전문 캐디로 활동하고 있다. 안신애(30), 안송이(30) 등과 함께한 진씨는 장하나와 1년째 대회를 같이 다니고 있다. 장하나의 부모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캐디 수입이 줄어든 그를 물심양면으로 챙겨 화제가 됐다. 그는 “캐디의 목표는 선수의 목표와 같을 수밖에 없다”며 “(장)하나가 한국여자오픈이나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순간에 같이 있고 싶다”고 말했다.프로골퍼이자 유튜버, 대학 강사, DJ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는 정현우 씨(35·사진 오른쪽)는 이번 대회에서 부산 예문여고 후배인 박유나(33)의 캐디로 나섰다. 그는 지난해에도 박은신(30·KPGA)과 김보경(34)의 백을 멘 경험이 있다. 정씨는 “선수로 나설 때는 공과 샷에만 집중했는데 캐디를 해보니 코스 구조와 그린 경사 등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포천힐스CC=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0’ 2라운드가 열린 26일 낮 12시. 대회장인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 앞 커피숍 주차장에 때 아닌 요가 매트가 펼쳐졌다.김현수(28·사진 왼쪽)가 몸을 풀기 시작한 것. 튜빙밴드를 이용해 팔과 어깨를 풀던 김현수는 마지막엔 몸에 두꺼운 고무 밴드를 둘렀다. 김현수가 힘을 실어 빠르게 빈 스윙을 시작하자 밴드를 잡고 있던 남자 트레이너가 딸려 가기도 했다. 김현수는 “스윙할 때 하체의 느낌을 잡기 위한 루틴”이라며 “최상의 컨디션에 맞추려고 티오프 시간 2시간 전에 한다”고 했다.그린 위에서도 선수들은 각각의 루틴으로 퍼팅감을 가다듬었다. 이소영(23)은 퍼팅 얼라이먼트를 잡기 전에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감싼다. 국민의례 때나 볼 것 같은 이 자세는 퍼팅 때 오른쪽 어깨가 닫히지 않게 하기 위한 동작이다. 이소영은 “오른손이 왼손 밑으로 가는 그립을 잡기 때문에 오른쪽 어깨가 앞으로 나올 수 있다”며 “이를 잡기 위해 시작한 것이 루틴이 됐다”고 설명했다.선수들은 연습그린에서 정교한 스트로크를 가다듬기 위해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스틱이나 클럽을 이용해 정렬하는 것은 흔한 장면.장하나(28·사진 오른쪽)는 T자형 퍼팅 보조 도구를 쓴다. 홀까지의 이상적인 라이를 생각하고 T자형 도구를 정렬한 뒤 공을 쳐보면 스트로크가 제대로 됐는지, 얼라이먼트가 똑바로 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효주(25)와 박현경(20)은 퍼팅 때 머리가 움직이는지 체크하기 위해 ‘퍼팅 미러’라는 도구를 쓴다. 30㎝ 길이인 이 도구는 아크릴 거울로 제작됐다. 퍼팅 셋업을 하고 내려다보면 얼굴이 비친다. 퍼터 페이스 정렬은 물론 셋업 라인과 눈의 위치, 스트로크가 정확하게 됐는지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박현경의 설명이다.연습그린에선 많은 선수가 ‘쇼트 티 치기’를 반복했다. 쇼트 퍼팅감을 잡기 위해서다. 퍼팅으로 공을 쳐 1m 남짓한 거리에 꽂아 놓은 쇼트 티를 맞히는 연습이다. 루키 정윤지(20)는 “오르막 라이에서 홀의 뒷벽을 맞히기 위한 연습”이라며 “짧은 거리 퍼팅이 불안한 아마추어들도 따라할 만한 연습법”이라고 말했다.포천힐스CC=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