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하듯이 쓴다

▲ 턴어라운드 = 데이비드 마르케 지음, 김동규 옮김.
패배주의가 만연했던 조직에 혁신을 불러일으켜 탁월한 성과를 거둔 미국 해군 핵잠수함 함장의 실화다.

저자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꼴찌'로 악명 높던 산타페 함을 이끌게 된다.

더욱이 이 함정을 6개월 안에 실전 배치할 수 있는 상태로 준비시키라는 난제까지 부여받는다.

부임 후 잘못된 명령을 받고서도 "위에서 시켰으니까요"라면서 아무 생각 없이 따르는 승조원들을 보면서 저자가 절감한 것은 '리더-팔로워' 모델이 내포한 위험성과 그런 관행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었다.

함장이 되고서 그가 설정한 첫 번째 목표는 장교와 승조원들에게 통제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통제권은 일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최종 목표에 관한 의사결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 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잠수함에는 일정한 지위계통을 따라 결정권자에게 정보가 전달되는 구조가 단단히 자리잡혀 있다.

저자의 계획은 의사결정 권한을 정보가 처음으로 생성되는 제일 아래 단계까지 내리는 것이다.

이를테면 '정보를 권한에 맞추지 말고 권한을 정보에 맞추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반장들은 직속 부하들의 휴가 신청 정도는 자기 선에서 재가할 수 있기를 원했지만, 규정에 따르면 휴가를 승인받기 위해서는 7단계를 거쳐 올라갔다가 다시 7단계를 내려오는 결재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반장의 권한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반장에게 휴가 승인권을 준다면 과도한 휴가 신청이 있더라도 부하들에게 인기를 잃을까 염려한 반장이 승인을 남발할 우려가 있었지만, 저자는 관련 규정을 변경해 반장들의 요구를 들어줬다.

그 결과 반장들이 단지 부하 사병들의 휴가뿐만 아니라 정찰 근무 편성에서 자격시험 일정, 훈련소 등록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 걸쳐 관리 책임을 지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통제권을 하부로 이양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저자는 역량, 즉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전문적 능력의 강화와 명료성, 다시 말해 조직에 속한 모든 사람이 조직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동반돼야 권한의 하부 이양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역량과 명료성을 제고하기 위한 원칙들을 실제 적용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이렇게 저자가 구축한 '리더-리더' 모델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산타페 함은 각종 훈련과 실전배치에서 '턴어라운드(바닥에서 탈출)'가 일어났으며 '만년 꼴찌'에서 가장 우수한 해군함정으로 거듭나게 된다.

세종서적. 364쪽. 1만9천원.
[신간] 턴어라운드·아파트 민주주의
▲ 아파트 민주주의 = 남기업 지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지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한 주민자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많은 아파트 주민과 마찬가지로 저자 역시 관리사무소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아파트 활동'에는 무관심했다고 한다.

뜻하지 않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인의 강권으로 동대표에 출마한 후 내친김에 회장 선거까지 나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 당선된다.

그러나 막상 회장이 되고 보니 생각지도 않았던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아파트에서 회장만 4차례 했던 '거물'과 한편인 다수의 동대표가 일찌감치 새 회장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사사건건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쪽으로 완전히 갈라선 아파트 자치조직의 갈등은 상대 세력의 해임 추진으로 이어졌고 비방과 협잡이 난무하는 가운데 법정 소송이 반복되는 등 정치판의 이전투구를 축소해 재현하는 것 같은 양상을 보였다.

'적폐 세력'과의 지난한 투쟁 끝에 두 차례의 임기를 마치고 뜻을 같이하는 후임자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는 데까지 성공한 저자는 자신의 '분투기'가 아파트 운영 구조에 대한 제도개혁의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그간의 과정을 정리해 책으로 내게 됐다고 한다.

이상북스. 240쪽. 1만6천원.
[신간] 턴어라운드·아파트 민주주의
▲ 나는 말하듯이 쓴다 = 강원국 지음.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당하는 등 10년 이상 정·재계 주요 인사의 연설문을 썼던 저자가 말과 글에 관한 생각과 두 가지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선 말과 글이 '한 쌍'임을 강조한다.

잘 쓰려면 잘 말해야 하고 말을 잘하려면 잘 써야 한다는 것이다.

말 같은 글, 글 같은 말이 좋은 말과 글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책 제목 '말하듯이 쓴다'는 '평소 말하는 만큼 자주 쓴다', '말 같은 구어체로 자연스럽게 쓴다', '먼저 말해보고 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는 말과 글의 기본을 든든하게 만드는 7가지의 힘이 있다고 설명한다.

질문, 관찰, 공감, 통찰, 비판, 감성, 상상의 힘이 그것이다.

이어 말하기와 글쓰기에 필요한 기본 태도와 말과 글의 맛을 끌어내는 재료들에 관해 논한 뒤 '조금 쓰고 늘리기, 말해보고 줄이기' 요령을 설명한다.

여기까지 숙달된 독자라면 다음 단계로 저자가 제시하는 '책 한 권 써보기'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위즈덤하우스. 380쪽. 1만6천원.
[신간] 턴어라운드·아파트 민주주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