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다제주시티호텔 노사, 이달 11일 전 직원 호봉제 적용 합의

제주시의 한 분양형 호텔의 노사가 전 직원의 정규직화를 넘어 호봉제 실시에 합의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호봉제 실시로 위기 돌파"…제주 한 호텔의 노사 상생 실험
일방적인 해고와 무급휴직 강요, 연월차 강제사용 등 경영위기에 대한 책임을 호텔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일이 업계에 만연한 상황에서 이 호텔의 노사합의가 상생의 모델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본부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산하 라마다제주시티호텔지부는 17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2일 노사협상 조인식을 통해 전 직원 호봉제 실시 등을 포함한 임금협약 체결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오성민 라마다제주시티호텔지부장은 "호텔의 객실관리, 미화, 주차관리 등의 직군을 포함한 직원 53명이 호봉제의 적용을 받게 돼 생활임금의 안정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호텔업계의 경우 대부분 20년을 일해도 똑같은 임금을 받거나,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6월말에 발표하는 '사업체 노동력조사 부가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 중 16%만이 호봉제의 적용을 받고 있고, 조사대상 분류 17개 업종 가운데 호텔업이 포함된 숙박 및 음식업 업종은 최하위 수준인 6.2%에 그칠 정도다.

오 지부장은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경제위기의 핵심은 고용위기와 생활임금의 보장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며 "경제위기 탈출의 핵심 키워드인 생활임금의 안정적 보장에 호봉제 도입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승환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어려운 여건에서 노사가 함께 상생을 택했다"며 "지역에서 칭찬받아 마땅한 모범사례로, 제주에 더 많은 사업장으로 확대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은 기자회견문에서 "비정규직의 대명사로 불리는 제주 호텔업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노동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획기적인 각성과 대안 마련을 제주도와 도내 관광서비스 사용자들에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라마다제주시티호텔은 2017년 5월 개관한 4성급의 분양형 호텔로 그해 11월 호텔 노동자 대다수를 정규직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