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 운임 올려도 너무 올렸다"
안대규 중소기업부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지난 28일 부산·경남의 레미콘업계 대표단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의 부산·경남지역 레미콘운송노동조합 요구를 받아들이며 2주간의 파업 사태가 일단락되자, 한 레미콘 업체 사장은 이 같은 울분을 토했다. 당초 파업이 시작된 건 노조가 레미콘 운송을 거부하면서다. 그 여파로 부산·경남지역 1만여 곳의 건설공사 현장과 60여 개 레미콘 공장이 2주간 멈춰 섰다.
운송노조는 레미콘 운송비를 회당 5만원으로 20%가량 올리고, 상생기금으로 매월 50만원(30인 이상 기업 기준)씩 줄 것을 요구했다. 레미콘업계는 밀고 당기는 신경전도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했다. 한 사장은 “매출이 끊겨 당장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 위기에 몰렸다”며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노조 요구를 수용했다”고 했다. 사실상 ‘백기 투항’이다.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는 골조공사 중단과 공기 지연 등으로 수조원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국 900여 개 레미콘 업체는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연매출 수십억원 수준의 중소기업이다. 이번 인상으로 매년 4억~7억원을 추가 부담하게 돼 재무적으로 적잖은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가 협상을 포기한 것은 현 정부가 노조 편을 들고 있다는 절망감 때문이다. 예컨대 작년 부산·경남지역에서 일부 운송업자가 민주노총 가입을 거부하자 민주노총이 이들의 건설현장 납품을 방해하며 건설사를 압박했다는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보복을 우려해 그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찰에 업무방해로 고소해도, 고용노동부에 불법 혐의를 신고해도 노조와 관련된 일엔 뒷짐만 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친(親)노동 성향 정부 아래에서 민주노총과 싸워 승산이 있겠느냐”고 탄식했다.
노사 간 대화와 타협 없이 투쟁과 파업으로 이번 사태가 종결됐다는 점에서 레미콘업계는 더 큰 숙제를 안게 됐다고 우려한다. ‘노노(勞勞) 간 세 대결’ 조짐을 보이는 것도 불안한 대목이다. 민주노총이 작년 울산과 올해 부산·경남에서 ‘대규모 파업’과 ‘운송료 파격 인상’을 이끌며 세를 불리자 전국레미콘운송연합(전운련)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하며 ‘투쟁 대결’에 나서기도 했다.
전운련은 이달부터 광주·전남지역에서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부산·경남에서 벌어진 파업 사태가 이곳에서 재연되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매각을 검토하는 레미콘 업체도 늘고 있다. 전국에 매물로 나온 회사만 100여 개에 달한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존재할 수 없다. 이번 레미콘 운송비 협상이 노조의 승리가 아닌, 모두의 패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