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과거 뇌물수수 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강압수사 논란에 대해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추 장관은 2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만호 비망록’을 언급하며 “(검찰이) 기획으로 끌고가기 위해 증인을 70차례 이상 불러내 말을 맞춘 부분이 (비망록에) 있다”며 “(검찰에) 협조하지 않으면 마치 본인이 재기하는 데 좋지 않다거나, 잘 협조하면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다거나 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고백록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무부 안에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져 과거사를 들여다본 적이 있다”며 “검찰 조직을 지휘하고 있는 나로선 이것(한명숙 사건)도 예외 없이 한번 조사는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한 전 총리는 건설회사 한신건영의 대표였던 고(故) 한만호 씨 등으로부터 수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2010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무죄로 판결했지만 2심과 대법원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단을 꾸리거나 대검찰청에 진상조사를 지시하는 방법을 고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법부의 판결에 불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만큼 한 전 총리의 유무죄를 다시 다투기보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별건 압박, 잦은 소환, 회유 등 검찰권 남용이 있었는지 규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의 발언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과 연계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진상조사는 한명숙 수사팀을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삼기 위한 사전 포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추 장관은 이날 여권 일각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로 거론하는 데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특정 개인의 문제를 공수처로 올리면 본래 취지가 논란에 빠져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수사 대상에) 성역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의 한명숙 수사팀은 이날 당시 수사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취지의 세 번째 해명자료를 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