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거대 플랫폼기업들 독점 추구 속성 있어…시장 경제에 위협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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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증권금융硏 '규제와 한국의 경제 생태계' 포럼
"자산·매출만 보던 M&A 심사
정보 독점여부도 들여다봐야"
윤석헌 금감원장 "금융규제
한번에 풀면 소비자 피해 우려"
"자산·매출만 보던 M&A 심사
정보 독점여부도 들여다봐야"
윤석헌 금감원장 "금융규제
한번에 풀면 소비자 피해 우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다양한 플랫폼사업자가 디지털경제 시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의 시각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거대 플랫폼기업들이 독과점체제를 구축해 시장 경쟁을 가로막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를 정비하겠다는 의미다.
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대 증권금융연구소가 ‘규제와 한국의 경제 생태계’를 주제로 서울대 SK경영관에서 연 포럼에 연사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온라인 전자상거래뿐만 아니라 금융과 모빌리티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플랫폼비즈니스가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플랫폼사업자가 혁신경제 주도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조 위원장은 “플랫폼사업자들은 기본적으로 독점시장을 조성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며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탄생한 거대 플랫폼사업자들이 신규 경쟁자를 제거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시장에 더 많은 사업자가 들어오고 새로운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소개돼야 하는데 대형 사업자가 이를 가로막는다면 소비자 피해로 돌아온다”고 우려했다.
독과점 우려를 줄일 새로운 기준도 마련할 방침이다. 조 위원장은 “지금까지 공정위는 매출과 자산 규모를 중심으로 M&A를 바라봤는데 디지털경제 시대에도 적합한 기준일 수 없다”며 “페이스북 같은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업체들이 대규모 M&A 계약을 하는데 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한국 금융의 변화와 규제 감독’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한국의 금융시장에 규제가 많다는 부분에는 심정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금융회사들이 법에 명시된 업무만 하도록 하는 열거주의와 업권 간 칸막이를 높이 세우는 전업주의가 금융산업의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규제가 강하다는 인식도 내비쳤다.
갑작스러운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하루아침에 규제를 완화한다고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다”며 “규제를 풀면 금융소비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감독으로 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령계좌를 통해 예금자 피해를 불러온 웰스파고은행에 미국 정부가 3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처벌을 내린 것처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더 강력한 힘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융투자업의 규제방향’ 발표에서 금융당국이 금융투자업 육성과 규제를 두고 딜레마에 빠진 상황을 짚었다. 박 원장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려면 금융투자업의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리스크가 생겨난다”며 “증권사 기업금융업무 육성을 위해 레버리지 비율 등 규제를 풀어줬더니 부동산 대출만 늘린 게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라임사태 등으로 도마에 오른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해 박 원장은 “국내 헤지펀드는 제대로 된 경쟁 없이 은행 지점과 증권사 등에서 공모펀드와 똑같이 팔리고 있다”며 “더 긴 호흡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사모운용사만 리테일(소매시장)에서 펀드를 판매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오형주 기자 cosmos@hankyung.com
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대 증권금융연구소가 ‘규제와 한국의 경제 생태계’를 주제로 서울대 SK경영관에서 연 포럼에 연사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온라인 전자상거래뿐만 아니라 금융과 모빌리티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플랫폼비즈니스가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플랫폼사업자가 혁신경제 주도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조 위원장은 “플랫폼사업자들은 기본적으로 독점시장을 조성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며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탄생한 거대 플랫폼사업자들이 신규 경쟁자를 제거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시장에 더 많은 사업자가 들어오고 새로운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소개돼야 하는데 대형 사업자가 이를 가로막는다면 소비자 피해로 돌아온다”고 우려했다.
독과점 우려를 줄일 새로운 기준도 마련할 방침이다. 조 위원장은 “지금까지 공정위는 매출과 자산 규모를 중심으로 M&A를 바라봤는데 디지털경제 시대에도 적합한 기준일 수 없다”며 “페이스북 같은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업체들이 대규모 M&A 계약을 하는데 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한국 금융의 변화와 규제 감독’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한국의 금융시장에 규제가 많다는 부분에는 심정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금융회사들이 법에 명시된 업무만 하도록 하는 열거주의와 업권 간 칸막이를 높이 세우는 전업주의가 금융산업의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규제가 강하다는 인식도 내비쳤다.
갑작스러운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하루아침에 규제를 완화한다고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다”며 “규제를 풀면 금융소비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감독으로 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령계좌를 통해 예금자 피해를 불러온 웰스파고은행에 미국 정부가 3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처벌을 내린 것처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더 강력한 힘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융투자업의 규제방향’ 발표에서 금융당국이 금융투자업 육성과 규제를 두고 딜레마에 빠진 상황을 짚었다. 박 원장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려면 금융투자업의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리스크가 생겨난다”며 “증권사 기업금융업무 육성을 위해 레버리지 비율 등 규제를 풀어줬더니 부동산 대출만 늘린 게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라임사태 등으로 도마에 오른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해 박 원장은 “국내 헤지펀드는 제대로 된 경쟁 없이 은행 지점과 증권사 등에서 공모펀드와 똑같이 팔리고 있다”며 “더 긴 호흡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사모운용사만 리테일(소매시장)에서 펀드를 판매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오형주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