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외국인 지분 보유 비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카카오에 밀려 시가총액 순위가 하락한 데 이어 외국인의 연이은 ‘팔자’ 행진에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현대차의 미래 성장 가치가 그만큼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위기를 기회삼아 저평가된 현대차를 매수할 타이밍이라고 보는 시선과 여전히 성장주가 매력적이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현대차를 1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3거래일을 제외하고 연일 현대차를 순매도하고 있다. 지난 2월 하순까지만 해도 40% 선이던 외국인 지분율은 33.68%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년 전(44%)과 비교하면 11%포인트나 하락했다.

외국인이 현대차를 외면하는 근본 원인은 실적 부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의 세계 판매량은 2014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다. 사드 보복으로 인해 수년간 공을 들인 중국시장은 급격히 주저앉았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앞세워 고급화 전략에 나섰던 미국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스톱’ 상태가 됐다.

수소차에 몰두하는 사이 경쟁사에 비해 전기차로 전환하는 타이밍이 늦었다는 점도 어려움으로 꼽힌다. 국내 배터리업계가 전기차 판매 증가로 인한 혜택을 보고 있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안정적인 판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신흥국으로 판매처를 넓혔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되레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의 신흥국 판매 비중은 작년 기준 50.1%에 달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편이다. 기아차(36.4%)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신흥국 비중이 유독 높기 때문에 코로나19 피해가 클 것이란 우려로 외국인이 유독 현대차 주식을 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를 유망한 장기투자 종목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성과를 낼 경우 성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9.12배 수준이다. LG화학(99.80배) 네이버(64.59배) 삼성전자(15.79배) 등과 비교해 현격히 낮다. 증권사들은 연일 현대차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