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원 강행'…대한항공 '땅 꺼지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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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동 땅 팔아 5000억 확보"
자금난 해결 '핵심'인데…
복합단지 건설 땐 땅값 최소 5000억
공원되면 '반토막'…유동성 확보 '캄캄'
대한항공, 입장문 배포하려다 취소
자금난 해결 '핵심'인데…
복합단지 건설 땐 땅값 최소 5000억
공원되면 '반토막'…유동성 확보 '캄캄'
대한항공, 입장문 배포하려다 취소
연내 2조원의 자본확충을 목표로 한 대한항공의 경영정상화 계획이 서울시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이 보유한 서울 종로구의 송현동 부지(사진)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을 상정했다고 28일 발표했다. 경복궁 옆 3만6642㎡ 규모의 이 땅은 2008년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였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알짜 부지’로 고(故) 조양호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가진 땅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이곳에 한옥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하기로 했지만 바로 옆에 풍문여고 등이 있어 학교 인근에 호텔을 짓지 못하도록 한 학교보건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뒤 삼정KPMG와 삼성증권 컨소시엄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수요 조사를 벌이고 있다. 채권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에 내년 말까지 2조원의 자본 확충을 요구한 상태다. 부지가 팔리면 자본 확충에 숨통이 트이는 상황이었지만 서울시가 공원화 계획을 확정하면서 대한항공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이날 발표 이전에도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 계획을 흘렸다. 지난 3월 대한항공에 공매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청하고, 대한항공이 제3자에 부지를 팔아도 공원화 계획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압박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부지의 활용 가치가 떨어져 땅값이 하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위원회 자문을 반영해 다음달 열람공고 등 관련 절차에 들어가 올해 안에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부지 매입 가격으로 2000억원가량의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한항공이 예상하는 매각 금액인 5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대한항공 측에 구체적인 매입 금액을 제안한 사실이 없다”며 “공정한 감정평가를 통해 적정한 가격에 매입할 계획임을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려다가 접었다. 대신 “악화되는 경영 환경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은 회사의 자구노력을 위한 필수 조치”라며 “이사회를 통해 자산 매각을 의결했고, 이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반응만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부지 사용의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입장문을 배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송현동 부지를 팔기는 쉽지 않게 됐다”고 했다. 실제 부지 매입 의사를 타진했던 일부 기업들은 입찰 참여 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며 “채권단과 지방자치단체가 이렇게 손발이 안 맞을 수 있느냐”고 탄식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서울시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이 보유한 서울 종로구의 송현동 부지(사진)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을 상정했다고 28일 발표했다. 경복궁 옆 3만6642㎡ 규모의 이 땅은 2008년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였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알짜 부지’로 고(故) 조양호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가진 땅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이곳에 한옥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하기로 했지만 바로 옆에 풍문여고 등이 있어 학교 인근에 호텔을 짓지 못하도록 한 학교보건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뒤 삼정KPMG와 삼성증권 컨소시엄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수요 조사를 벌이고 있다. 채권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에 내년 말까지 2조원의 자본 확충을 요구한 상태다. 부지가 팔리면 자본 확충에 숨통이 트이는 상황이었지만 서울시가 공원화 계획을 확정하면서 대한항공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이날 발표 이전에도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 계획을 흘렸다. 지난 3월 대한항공에 공매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청하고, 대한항공이 제3자에 부지를 팔아도 공원화 계획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압박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부지의 활용 가치가 떨어져 땅값이 하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위원회 자문을 반영해 다음달 열람공고 등 관련 절차에 들어가 올해 안에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부지 매입 가격으로 2000억원가량의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한항공이 예상하는 매각 금액인 5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대한항공 측에 구체적인 매입 금액을 제안한 사실이 없다”며 “공정한 감정평가를 통해 적정한 가격에 매입할 계획임을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려다가 접었다. 대신 “악화되는 경영 환경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은 회사의 자구노력을 위한 필수 조치”라며 “이사회를 통해 자산 매각을 의결했고, 이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반응만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부지 사용의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입장문을 배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송현동 부지를 팔기는 쉽지 않게 됐다”고 했다. 실제 부지 매입 의사를 타진했던 일부 기업들은 입찰 참여 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며 “채권단과 지방자치단체가 이렇게 손발이 안 맞을 수 있느냐”고 탄식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