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천로 역정

▲ 발가락이 닮았다/운수 좋은 날 = 탄생 120주년을 함께 맞은 한국 단편소설의 아버지 김동인과 현진건의 단편집을 각각 단행본으로 엮어 동시 출간했다.

김동인과 현진건은 공통점이 많다.

같은 해에 태어났고 가정환경이 유복했으며 일찌감치 일본 유학을 했다.

등단 시기도 1년 차이로 비슷하다.

당시 문인들이 그랬듯 애주가였고 이들의 이름을 딴 문학상도 현존한다.

다만 김동인은 당시 대부분 지식인이 그랬듯 친일 논란이 계속되고 현진건은 끝까지 반일적 태도를 보였다는 차이점은 있다.

김동인은 예술지상주의적 순수 문학 운동을 했으며, 현진건은 사실주의적 경향을 보였다.

'발가락이 닮았다'(372쪽)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감자', '약한 자의 슬픔', '선구녀', '광화사', '광염 소나타', '반역자', 'K 박사의 연구' 등이 담겼다.

'운수 좋은 날'(392쪽)엔 '빈처', '운수 좋은 날' 등 그가 발표한 단편 전편과 중편 '타락자'를 실었다.

이처럼 냉엄한 현실의 무게를 다룬 작품들과 함께 'B 사감과 러브레터', '피아노'처럼 자유연애 확산을 다룬 소설들도 있다.

새움. 각 권 1만3천800원.
[신간] 발가락이 닮았다/운수 좋은 날
▲ 키르케 = 호메로스의 고전 '오디세이아'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장편 신화소설이다.

요즘 유행하는 남성적 시각을 여성적 시각으로 바꿔 쓰는 작업이다.

작가 매들린 밀러는 3천 년 가까이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서사시' 장르를 현대적인 여성 서사시로 재단장했다고 한다.

키르케는 서양 문학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마녀다.

마녀는 나쁜 마법으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이지만, 밀러는 마녀를 남성 위주의 사회를 흔들 정도의 능력을 갖춘 여성의 상징으로 본다.

남성 영웅의 서사인 '오디세이아'를 여성 영웅인 키르케의 이야기로 바꿔 여성의 시각에서 들려준다.

HBO는 22개국에 번역 소개된 이 소설을 8부작 드라마로 제작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방영할 계획이다.

이은선 옮김.
이봄. 524쪽. 1만7천원.
[신간] 발가락이 닮았다/운수 좋은 날
▲ 천로 역정 = 영국 근대 작가 존 번연을 대표하는 소설로, 다양한 상징과 풍자가 담긴 알레고리(우의) 문학의 명작이다.

영국 근대소설에서 매우 중요하게 평가받는 작품이면서 당대에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소설이기도 했다.

구원을 향한 인간의 열망을 모험담과 우화 형식으로 풀어냈다.

기독교 소설을 넘어 인간 사회의 모순을 고민한 사회 풍자소설로 읽힌다.

을유세계문학전집 103번째 시리즈이다.

정덕애 옮김.
을유문화사. 472쪽. 1만5천원.
[신간] 발가락이 닮았다/운수 좋은 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