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마스크 벗어야 하는 구내식당이나 흡연실 통해 퍼졌을 것"
"쿠팡물류센터 집단감염, 이태원발 아닌 지역감염 가능성"(종합)
경기도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확진은 당초 알려진 바와는 달리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 가능성이 제기됐다.

방역당국은 부천 돌잔치 참석 후 확진된 물류센터 초발 환자와는 별개로 이달 중순께 불명의 지역감염 사례를 통해 물류센터 내에서 확산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27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한 정례 브리핑에서 "쿠팡 물류센터 집단감염은 '지표환자'(초발 환자)인 부천 라온파티 뷔페 방문자가 아니라 다른 감염 경로를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초발 환자가 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근무한 것은 아니다"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이분과 별개로 5월 중순께부터 물류센터내 감염이 시작됐고,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감염이 확산했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현재 부천에서 다른 유행 사례도 계속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매개를 고리로 감염이 확산했는지는 조금 더 조사를 진행한 후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쿠팡 물류센터의 초발 환자는 인천시 부평구에 거주하는 43세 여성 A씨로, 그는 앞서 지난 9일 이태원 클럽발(發) 'n차 감염'의 고리에 있는 부천 라온파티 뷔페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13일 증상이 발현했고, 열흘 후인 2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대본이 A씨를 물류센터 내 첫 전파자로 단정하지 않는 이유는 그가 이달 12일 하루만 부천 물류센터에서 파트타임으로 짧게 일했고, 이후에는 근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물류센터 내 확진자들의 증상 발현일은 대부분 20∼25일로, 23일 전후가 가장 많다.

코로나19의 잠복기는 최장 14일이지만 보통 3∼5일인 경우가 가장 많아 A씨가 출근했던 지난 12일보다 며칠 늦은 이달 중순께 공통 감염원에 노출했을 가능성이 있다.

"쿠팡물류센터 집단감염, 이태원발 아닌 지역감염 가능성"(종합)
방대본은 물류센터 내 감염 확산 추정 배경과 관련해선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구내식당과 흡연실 등에서 많은 노출이 생겼고, 셔틀버스나 작업장에서도 감염이 일어났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본부장은 "1∼2명에게서 시작됐더라도 여러 번의 반복 노출을 통해 회사 안에서 전파가 됐을 것"이라며 "확진자들이 증상이 있었는데도 근무를 계속했는지, 방역 관리자가 근무자들의 증상을 제대로 체크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류센터 확진자 중 검사 당시 무증상 비율이 20% 가까이 된다"며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곳이다 보니 온도가 낮은 데서 근무를 해야 해서 발열감 등을 못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전날보다 27명이 늘어난 36명으로 집계됐다.

물류센터 직원이 32명, 이들의 접촉자가 4명이다.

지역별로는 인천 22명, 경기 10명, 서울 4명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근무자와 노출자 4천여명 중 1천920명이 검사를 마쳐 향후 검사가 완료되면 확진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방대본은 지난 12일부터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근로자는 진단검사를 받은 후 자가격리하라고 요청했다.

또 가족 중 학생 및 학교 종사자가 있는 경우 등교를 중지하고, 의료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가 있는 경우에는 근무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이달 17일 서울 성동구 음식점 이가네곱창과 참나라숯불바베큐 방문자에 대해서도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했다.

한편 이날 낮 12시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전날 정오 대비 4명이 증가해 총 259명으로 늘었다.

원어성경연구회 집단 발생 관련 확진자는 3명이 추가돼 12명으로 늘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