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92)의 두 번째 기자회견 이후 시민사회와 학계 등에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26일 윤 당선자와 정의연 임원들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김 대표는 “정의연 임원들이 위안부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의로움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며 “자신들이 잘못되면 위안부 운동 자체가 실패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결국 ‘위안부 운동의 사유화’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이날 “윤 당선자와 배우자 등이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총 다섯 채의 부동산을 대출 없이 현금으로 구매했는데, 자금 출처가 의심된다”며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책 《제국의 위안부》를 쓴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들이 지지한 건 할머니가 아니라 운동 자체였다”고 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윤미향 사퇴론’이 나왔다. 한·일 역사 전문가인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정의연 활동을 하다가 정치권에 온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할머니가 지적한 것에 대해 나름대로 해명할 것은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법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미향 감싸기’ 역시 계속되고 있다.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은 “왜 유독 윤 당선자에 대해서만 이렇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알 길이 없다”며 “(할머니들이) 밥을 못 먹었다는 얘기가 돌아다니는데 사실일 수 없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전날 기자회견에 윤 당선자도 참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윤 당선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윤 당선자는 지난 1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원직) 사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 뒤 이날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정의연은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 있던 할머니 한 분이 이날 새벽 별세했다고 밝혔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는 17명만 남게 됐다.

양길성/김남영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