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로 찍은 동아시아 문자도의 세계…고판화박물관 특별전
문자로 그린 그림, 그림을 담은 글자를 판화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강원도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서 오는 30일 개막하는 '판화로 보는 동아시아 문자도의 세계' 특별전을 통해서다.

문자도(文字圖)는 글자를 뜻에 부합하는 그림으로 채워 넣거나 글자를 활용해 그림을 그린 것을 말한다.

예로부터 잡귀를 막기 위해 문에 붙이거나 밖에서 집안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는 가리개용으로 제작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의 문자도 판화, 문자도를 찍었던 판목 등 70여점이 출품된다.

우리나라 문자도는 유교의 도리를 담은 효제도(孝悌圖)가 주류를 이룬다.

예를 들어 설악산 신흥사의 문자도 목판화 병풍을 보면 '의'(義) 자 안에 백이와 숙제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 담겨 있다.

궁중, 사찰, 민간 등 각기 다른 곳에서 사용한 판목과 문자도를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판화로 찍은 동아시아 문자도의 세계…고판화박물관 특별전
중국 작품은 쑤저우(蘇州)에서 제작된 '수'(壽) 자 목판화 문자도를 비롯해 화조(花鳥)와 글자를 조합한 다롄(大連) 판목과 흑백 문자도 판화 등 다양하다.

글자로 공산당 모자를 쓴 노인을 형상화한 1950년대 목판, 문자도에 관한 해설을 담은 청나라 후기의 산둥 지방 문자도도 볼 수 있다.

일본 문자도는 불교를 소재로 한 작품이 다수다.

'나무아미타불' 글자 안에 무량수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담은 18세기 채색 문자도, 문자와 그림을 결합해 나무아미타불과 부동명왕(밀교 팔대 명왕의 하나)을 표현한 이색적인 문자도 등이 전시된다.

베트남 문자도로는 지금도 연초에 집마다 붙인다는 '복만당'(福滿堂)과 '적선당'(積善堂), 수복(壽福) 문자목판화 등이 전시된다.

이들 작품은 한선학 관장이 지난 30여년간 모은 것들이다.

이 중에서 최근 수집한 '효의(孝義)'와 '치충'(恥忠)이 새겨진 19세기 우리나라 민간 문자도 목판과 효제도가 주류인 조선 시대에 보기 힘든 작품인 '수복'(壽福)이 새겨진 문자도 목판도 있다.

판화로 찍은 동아시아 문자도의 세계…고판화박물관 특별전
한 관장은 25일 서울 인사동에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특별전을 통해 동아시아인들의 생활예술 세계를 이해하고, 조형성과 디자인이 뛰어난 문자도의 창의성을 현대 생활예술에도 접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1박 2일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면 전시를 감상하고 문자도 판화 찍기, 문자도 셔츠 만들기 등도 체험할 수 있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