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회장 "부모 마음으로, 두달간 3천명에 도시락·물품팩 제공"
워홀러·유학생 돕기 앞장선 호주 이스트우드 한인상우회
호주 시드니에서 일하는 한국 출신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워홀러)와 유학생 3만여 명 가운데 절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자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사정상 귀국하지 못한 나머지 워홀러와 유학생들은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움에 빠졌고, 호주 정부도 임시체류자에게는 코로나19 지원금을 줄 수 없다고 외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한 한인 단체가 있다.

바로 '이스트우드 한인상우회'다.

한인 밀집 지역인 이스트우드의 130여개 한인 자영업자들의 모임이다.

이 단체 박종훈(51) 회장은 25일 연합뉴스와의 국제통화에서 "3월 초 한 식당 사장이 찾아와 한인 청년들이 끼니를 걱정하고 있고, 노숙까지 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며 "이후 식당을 하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도시락을 무료로 나눠주기 시작했고, 각계의 후원이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워홀러·유학생 돕기 앞장선 호주 이스트우드 한인상우회
상우회는 2개월동안 3천여명의 청년에게 무료 도시락과 라면을 비롯해 즉석밥, 김치, 김, 과일, 손 소독제, 휴지 등이 담긴 물품 팩을 제공했다.

이스트 우드뿐만 아니라 시드니의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했고, 멜버른·퍼스·캔버라 등 인근 도시로도 나눔 활동이 퍼져 나갔다.

코로나19로 한인 상점들이 개점 휴업 상태였지만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이런 상우회 회원들의 온정의 손길에 한인 단체와 종교계, 한국 공관 등의 지원이 더해졌다.

박 회장은 "후원금과 후원 물품을 모두 합쳐 대략 5만 호주 달러(4천여만원)가 모였다"며 "기부가 늘어나면서 청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종류와 방식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상우회는 5월 말까지 워홀러와 유학생들을 위한 무료 나눔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한 가족 부모 그리고 정상 비자가 없어 고생하는 한인들을 도와줄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박 회장은 "남자 청년들이 찾아와 배가 고프다고 말하면서 울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이번 나눔 활동은 33년 이민 생활 동안 가장 보람된 봉사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워홀러와 유학생들에게 방역물품을 지원하고, 고국행 비행기 편도 가격도 인하해주는 조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호주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그는 "확진자들의 숫자가 줄긴 했지만, 앞으로 9∼10월까지는 여파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연말이나 내년 초나 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출신으로 1987년 부모와 함께 이민한 그는 호주 5대 은행 중 하나인 벤디고은행의 이스트우드점 이사로 근무한다.

워홀러·유학생 돕기 앞장선 호주 이스트우드 한인상우회
워홀러·유학생 돕기 앞장선 호주 이스트우드 한인상우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