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이 작년 4월 상용화된 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처음 예상과 다르게 5G 가입자 증가세가 더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장마저 얼어붙은 가운데 중저가 LTE 스마트폰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이 20만~70만원대 제품을 쏟아내면서 때아닌 LTE 스마트폰 경쟁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2018년 처음 선보인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을 최근 재출시했다. 출고가는 79만9700원으로 처음 출고 당시 109만4500원보다 30만원가량 내렸다. 재고 물량이 아니라 삼성전자 구미 공장에서 새로 생산한 제품이다. 초기 물량은 1만~2만 대 수준이지만 시장 반응에 따라 10만 대 이상 판매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된 지 2년 지난 플래그십 제품이 새롭게 나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SK텔레콤은 “LTE 스마트폰을 찾는 수요가 많아 성능과 수요가 검증된 갤럭시노트9을 다시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선보인 갤럭시노트10은 국내 시장에 5G 모델로만 나왔다. 업계에선 갤럭시노트9이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가격이 싸면서도 최근 출시되는 중저가폰 대비 성능이 우수해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저가형 LTE 스마트폰 갤럭시A31도 내놨다. 출고가는 37만4000원으로 후면부 쿼드 카메라(4000만 화소 일반, 800만 화소 초광각, 500만 화소 심도, 500만 화소 접사)와 5000㎃h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했다. 삼성페이와 스크린 지문 인식 기능도 지원한다.

LG전자는 29일 LTE 스마트폰 LG Q61을 국내 시장에 선보인다. 출고가는 36만9600원이다. 6.5인치 디스플레이와 4000㎃h 배터리, 후면부 쿼드 카메라를 갖췄다. DTS:X 3차원(3D) 입체 음향 기능을 내장했고 미국 국방부 군사표준규격인 ‘밀리터리 스펙’을 통과하는 등 내구성도 인정받았다.

프리미엄 제품만 내놨던 애플도 보급형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 6일 한국 시장에 출시한 아이폰SE는 저장용량에 따라 55만~76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구형 아이폰과 같은 폼팩터(제품 형태)를 사용했지만 최신 아이폰 시리즈에 들어가는 프로세서 A13 바이오닉을 적용해 ‘가성비’를 높였다.

중국 샤오미도 29일 한국 시장에 20만원대 스마트폰 홍미노트9S를 내놓는다. 6.67인치 디스플레이와 5020㎃h 대용량 배터리, 후면 쿼드 카메라를 장착했다. 램과 내장메모리에 따라 26만4000원, 29만9200원으로 나눠서 판매된다.

제조사들이 LTE 스마트폰을 잇달아 내놓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2억7480만대에 그쳤다. SA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중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가 셧다운되고 소비자들이 지출 계획을 보류하면서 스마트폰 수요가 작년 4분기에 멈췄다”고 평가했다.

주요 제조사들의 전략 스마트폰이 5G 전용으로 나오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5G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도 크다. 아직 커버리지가 충분하지 못해 5G 스마트폰을 사고도 LTE를 이용해야 할 때가 많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